어둠과 외면

by 미미

혹독한 겨울이었다. B는 와이셔츠 한 장만 걸친 채 경찰서에 자수하러 들어왔다. 곧바로 그는 체포되고 그의 집안, 숨겨진 지하실에서 Y의 시체가 나왔다. 경찰은 B를 취조실로 불러 앉힌다. 취조인은 그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Y랑은 무슨 관계였습니까? B는 고민하더니 애인의 ㅇ을 부르다가 그냥 섹스 파트너라고 정의내렸다. Y에게 평소 원한이 있었습니까? 라고 묻자 B는 딱잘라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왜 죽였습니까? B는 매서운 겨울, 12월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걔가 자꾸 나가고 싶다고 말해서 화가 났을 뿐입니다.

“A가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습니다.”

B는 갑작스럽게 Y도 아닌 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B는 어린 시절 매우 불우했고 특히 아버지한테 맞고 지냈는데 어느날, B의 아버지가 골목에 있는 B에게 손을 들었고 그런 B의 손목을 끌어 함께 도망쳐준게 A였다고 말했다. B는 그 뒤로, A에게 과하게 의지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한 몸처럼 붙어 다녔다고 말했다. 같이 자고 같이 씻고 같이 놀고 같이 먹고. 늘 함께 붙어다니던 단짝친구였다고. 어쩌면, 사랑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수도 있겠다고 회상했다. 취조인은 B의 말을 끊고 질문했다. 그래서, Y를 죽인 이유와 관계가 있습니까? B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A의 손목시계를 훔친 후 A와의 관계가 끊겼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온기를 잃어갔다고 말하고 싶군요. 왜 훔쳤습니까? 취조인이 말했다. 걔의 딱 그정도만이라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Y는 A와 닮았다고 진술했다. 그리 닮은 것 같진 않다 싶더라도 옆모습이, 입술이 시원한 호선을 그릴 때 A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Y와 만나는 내내 Y는 마치 저의 곁에 영원히 있어줄 것 처럼 지독히도 달콤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에 Y와 저만 남아있길 원했습니다. Y와 서로 헐벗고 태초의 인간처럼 남고 싶어서 나는 그를 지하실 아래로 데려갔습니다. 그의 말로는, 처음엔 Y가 B에게 슬그머니 맞춰주는 척 하더니 점점 나가고 싶다고 B를 설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중엔 마구 분노하며 B에게 달라들었고 B는 이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Y를 죽였고, 죽이고 나니 이 지독한 어둠 속에 B 혼자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은 너무나 공포스럽다는 걸 아실까요? B가 말했다.

그럼 모든 혐의를 인정하시네요. B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치의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부탁 하나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휴대폰을 쓸 수 있게 해줘라. B는 휴대폰을 받고 익숙한 듯 전화번호를 툭툭 친 후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통화 수신음은 연결되지 않았다. 취조인이 물었다, A분께 전화하셨죠? B는 그렇다고 말했다. 저희가 먼저 연락했습니다. B는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B라는 사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던데요."

B는 한참동안 말이 없더니 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숨을 고르게 쉰 후 취조인에게 양 손목을 내민다.

"밖은 춥네요, 교도소 안은 좀 따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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