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제 Jan 14. 2023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영화, 미라클 벨리에

 "눈을 감고 날아봐"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elier, The Belier Family, 2014)

개봉 2015년 08월 27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봤다. 베로니크 풀랭의 자전적 소설 '수화, 소리, 사랑해'라는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웃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가족과, 주인공에 대한 많은 생각과 감정으로 벅차올랐다.




줄거리


어느 한 마을에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고 있다. 다만, 주인공 큰딸 폴라 벨리에 외에는 모두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녀는 학교에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그를 따라 합창부에 가입한다.

합창부 선생님은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콘테스트에 나가보길 제안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던 그녀는 가족을 떠나는 것을 걱정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 역시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딸을 떠나보낸 후의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엄마의 속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콘테스트를 포기하게 된다.





폴라 벨리에는 단순히 첫눈에 반한 전학생을 보고 합창단에 가입하게 됐지만,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이끌어줬던 합창단 선생님은 멋져 보였다. 선생은 뭔가에 실패한 사람처럼 보였지만(시골에 와서 합창단 선생을 하고 있다는 상황에 분노했다.) 그녀의 재능은 썩히지 않게 해주려고 했다. 그리고 예리하지만 부드럽게 최상으로 재능을 끌어내주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선생의 대사 중 가슴 깊이 파고드는 말들이 많았다. 그녀가 콘테스트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맞아, 넌 시시한 촌뜨기지. 아니 아니 그게 다가 아니지, 그냥 관둔다 생각하겠지만 넌 구덩이를 파는 거야. 그 안에 누워서 흙에 덮이는 거야. 그 구덩이를 잘 알지. 나도 같은 묘지에 있었으니까." 하며 말했다. 듣는 당사자에겐 상처가 되는 말일수도 있지만 학생의 잘못된 선택을 왜 바로잡아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대사다. 내 인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는 "네 인생인 거 확실해?"하고 되물어줬다. 콘테스트에서는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끌어올리지 못할 땐 실수로 반주를 틀린 것처럼 연기해 그녀에게 다가가 "눈을 감고 날아봐"하고 말해줬다. 그리고 피아노 반주를 해주기 위해 파리로 부랴부랴 달려갔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전학생과 듀엣 공연까지 하게 된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의 딸을 보면서도 적막한 소리로 그저 서있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부모는 주변을 둘러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들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전적으로 딸을 지원하고 믿어주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장면에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의 관점으로 장면을 무음으로 비춰주는데 부모의 심정에 대입이 되어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누구보다도 딸을 잘 알고 있는 부모지만, 정작 딸의 재능을 알아볼 수 없고 공감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 부모로서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딸이 콘테스트에 나가고 파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 많이 불안해했다. 아빠도 그런 마음이 들었겠지만 더 이상 딸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고 방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내를 설득시키며 가족의 중심을 잡아주려고 노력한다. 이 모습에서 가족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의 가족은 자잘한 가정일에는 어머니께서 주도하셨고, 큰 문제나 사건이 생겼을 땐 아버지께서 어머니가 납득과 인정을 할 수 있게 보듬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의 경우에도 어떤 커다란 문제에 당면하게 됐을 땐 남편에게 안정된 말들을 많이 들었었다. 미라클 벨리에 영화에서도 가족에게 그런 모습이 보였는데 나의 가족과 겹쳐지면서 부모님과 남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든 성장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에서 청소년기, 청년기,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면서도 계속 성장을 한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결국엔 부모는 자식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아빠가 새벽에 일어나 딸을 깨워 파리 콘테스트에 데려다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콘테스트에서 불렀던 곡은 미셸 사르두의 '비상'이다. 그녀의 열망과 마음을 부모님께 전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곡이었다. 부르면서 그녀는 부모님을 향해 수화로 노래 가사를 표현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부모의 눈에서도 감동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에게 그녀는 충격적인 속마음을 듣게 됐지만,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떠나기보단 부모님을 위한 선택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부모는 딸을 위한 선택을 한다. 이렇게 가족은 멈춰져있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성숙해지며, 성장하고 가족의 울타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나간다. 지나고 보면 모두 추억이고 행복이다.  한 가지 사건만 떠올린다면 충격과 상처가 되겠지만, 넓게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가족 관계에서 서운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일만 곱씹으며 생각하기보단 전체적인 세월을 생각하며 판단해야 한다.



스토리 초반에는 다소 코믹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선거 인터뷰에서 성의 없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씁쓸했지만 청소년기 딸에게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여러 작고 큰 사건들이 있지만 결국 가족은 가족이다.


목의 울림으로 딸의 노래를 느껴보려고 했던 아빠의 모습도 뭉클했고, 이 가족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니 사소한 것들도 모두 감사해지더라. 여주인공 목소리는 참 예쁘고 노래도 잘한다.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들었다. 포근하게 잠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굿 나잇.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일까? 남아있는 나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