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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미제 Feb 03. 2023

브런치 작가 한 달째, 여전히 재밌습니다.

내가 성장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어느덧 약 한 달이 됐다. 초반에 구독자 0명 기념글을 적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동안 열심히 적기도 하고, 휴식하기도 하고, 다시 열심히 적기도 하며 반복된 생활을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현재 '그래도 결혼예찬론자'를 중점으로 연재를 하고 있지만 그다음 후속작이 이미 정해진 상태다. 후속작은 주제 2가지가 정해졌는데 함께 발행해 나갈 생각이다.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적으려고 하면 아이디어나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계속 적어나갈 수가 없겠더라.

글을 적을 때 블로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각색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블로그는 사실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다. 하지만 브런치에 적는 글은 이야기보따리다. 이야기에 각색이 들어가는 이유는 더 재밌게 또는 감동이나 글의 의미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각색은 피해 갈 수 없다. 두 가지 이유가 합쳐져서 사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재미를 누리느라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내가 가져야 할 습관이 있다면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엄청난 독서광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책방과 도서관에 붙어살았으니까. 고교 시절 때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책방 사장님은 내가 대학생인 줄 알았다고 했다. 교복을 입고 책방에 갔던 날, 눈이 땡그래진 사장님을 보고 '왜 저러시지?' 했었는데 "교.. 교복? 고등학생이에요?" 하고 질문하셔서 나도 놀랐었다. "난 책 빌려가는 것들 보고 대학생인 줄 알았어요. 고등학생이었구먼. 허허 참." 하며 웃으시는 사장님을 두고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노안인가?' 하여튼 그만치 책을 참 다양하게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사를 가게 되면 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확인했었다. 시간을 내서 회원카드를 만들고 한 번에 3권까지 무료 대여가 가능하기에 읽고 싶은 책들을 부담 없이 빌려가 읽곤 했었다. 그런 내가 사회생활에 찌들어가던 때부터 책과 멀어졌다. 결혼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글을 많이 읽어본 사람만이 글을 잘 쓸 수 있다. 거기다 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면서 기억력이 상당히 많이 소실됐다. 단어가 기억나지 않고 친한 친구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감을 저하시키더라. 20대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시기만 해도 5~6년이고 그날 점심을 무엇을 먹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다. 치유하면서 기억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잊고 있었던 것들이 다시 내 안에 스며들긴 했지만 병이 있기 전만큼은 아니다. 이렇게 글을 잘 읽지 않고, 기억력이 상당 부분 소실됐던 내가 글을 다시 쓰면서 표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그러니 나는 다시 글을 읽어야 한다.

가져야 할 마음이 있다면 브런치 작가가 됐던 그 순간의 마음처럼, 그 마음을 여전히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공개적으로 글을 적는다는 것은 비밀 일기와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단순히 글 쓰는 것이 좋아서 글을 적는다. 하지만 읽어주는 이가 있고 공감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그게 바로 글을 적는 두 번째 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욕심을 내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 된다. 그전에 글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지 않으면 온전한 글 쓰는 재미를 잃게 된다.

브런치 작가가 됐던 사흘째, 다음 메인에 내가 쓴 글이 소개됐다. 신생 브런치 작가에게 으레 있는 일이라고 한다. 덕분에 그날 조회수는 20,000을 넘어갔다. 많아야 몇 십 명 보는 글이었는데 한 번에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이다.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 뒤로도 카카오톡 뷰에 소개되기도 하고, 다음 메인에 다른 글이 소개되기도 했고, 브런치 메인 인기글에 내 글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조회수는 순간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 재미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단순히 조회수라는 재미에 빠지게 되면 조회수를 위한 글을 적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에게나 그렇듯 이런 순간이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럼 흥미를 잃고 글을 적는다는 게 재미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단순히 글 적는 게 좋아서 브런치 작가가 됐던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