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컵케이크를 만들자
릴리 할머니는 오븐에서 막 구워진 컵케이크를 꺼내 식힘망 위에 나란히 얹었어요.
컵케이크가 한김 식는 동안 한 손엔 버터와 설탕이 담긴 볼을, 나머지 한 손엔 거품기를 들었죠.
“우리 예쁜 강아지. 이제 할머니를 좀 도와주련?”
“네! 그럼요.”
“우리 루나, 대답도 잘하지!”
루나는 할머니를 향해 씩 웃었어요.
그리곤 아끼는 곰 인형을 컵케이크가 놓인 식힘망 옆에 조심히 앉혀 두고는 씩씩하게 두 손을 걷어 올렸어요.
거품기를 든 릴리 할머니가 컵케이크 위에 올라갈 버터크림을 만드는 동안, 루나는 할머니가 부탁한 대로 고사리같은 통통한 두 손으로 볼이 흔들리지 않도록 꽉 쥐고 있었어요.
“자, 이제 슬슬 다 되어 가는구나.”
릴리 할머니는 제 몫을 다한 오늘의 일일 일꾼에게 엉덩이를 팡팡 치며 감사 인사를 했어요.
엉덩이 두 번 팡팡은 이제 충분히 도와주었으니 그만 쉬라는 릴리 할머니와 루나 둘만의 약속이었답니다.
식탁에 앉아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쭉 들이켠 루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바쁘게 움직이는 할머니를 구경했어요.
‘착, 착, 착, 착’
릴리 할머니의 부엌은 곧 거품기가 볼에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 찼어요.
릴리 할머니의 이마엔 땀이 한 방울, 두 방울 송골송골 맺혔어요. 맛있는 버터크림이 완성되어 간다는 신호였죠.
릴리 할머니는 가끔씩 이마를 훔치며 끊임없이 거품기를 휘저어 단단한 버터크림을 만들었어요.
완성된 버터크림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입혔어요.
달처럼 샛노란 레몬 크림, 끝맛이 새콤한 딸기 크림, 진한 초콜릿 크림까지!
물론, 솜털같이 새하얀 버터크림도 조금은 남겨 두었어요.
* * *
“이런, 이런.”
드디어 버터크림에서 시선을 뗀 릴리 할머니는 피식 웃고 말았어요.
“우리 루나가 먼길을 오느라 피곤했나 보구나.”
언제 튀었는지 루나는 코에 버터크림을 묻힌 채 식탁 위에서 고롱고롱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어요.
“얼른 마무리하고 침실로 옮겨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렴. 아가.”
짤주머니에 깍지를 끼우고, 버터크림을 척척 덜어 넣는 릴리 할머니의 솜씨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매끄러웠어요.
“으쌰, 이제 마무리를 해 볼까?”
릴리 할머니는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 코 밑을 슥 훔치더니 마지막 힘을 내기 시작했어요.
부엌에서 잠든 루나가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얼른 마무리하고 싶어 했죠.
컵케이크마다 버터크림을 듬뿍 짜서 올리고, 탐스러운 체리를 한 알씩 올려 말랑도레미별 모두가 칭송하는 컵케이크를 완성해 갔어요.
“음냐... 할무니 다 됐어요?”
루나가 반쯤 잠이 깼을 때, 릴리 할머니는 마지막 컵케이크에 새빨간 체리를 막 올리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우리 루나야, 이제 다 끝났단다.”
릴리 할머니는 눈을 비비며 일어난 루나의 볼록한 이마에 뽀뽀를 쪽 해 주고는, 루나를 의자에서 일으켜 주었어요.
“가서 푹 자고 일어나면 맛있는 컵케이크와 따뜻한 우유를 내어 주마. 좋은 꿈꾸렴.”
릴리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달콤한 컵케이크를 사랑하는 루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할머니의 부엌은 밝고,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하나, 둘, 셋, 넷... 이제 식탁에는 멋지게 완성된 컵케이크 스물한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사랑해요 할무니.”
루나는 컵케이크를 만드느라 고생한 할머니께 사랑한다는 말로 존경을 표했어요.
“나도 사랑한단다 루나야.”
‘탁’
릴리 할머니는 부엌의 불을 끄곤 루나를 데리고 침실로 향했어요.
릴리 할머니의 부엌에는 곧 겨울밤의 고요함이 차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