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체리체리베어#4.완성된 컵케이크는 스물한 개

by 미미멜로디

#4. 완성된 컵케이크는 스물한 개



릴리 할머니가 오래도록 애지중지해 오던 컵케이크 틀로는 한 번에 스무 개의 컵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식탁 위엔 어제 완성된 컵케이크가 스물한 개나 놓여 있었답니다.


하나, 둘, 셋, 넷.


아침 햇살이 식탁 위 컵케이크를 하나씩 비추다 드디어 마지막 컵케이크를 비추었어요.


그러자 스물한 번째 컵케이크가 눈이 부신 듯 부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어요!


“흐아암...! 여기가 어디야?”


스물한 번째 컵케이크에서 갑자기 통통한 두 팔이 툭 튀어나오고,


“으으으 다리 저려.”


두 다리도 통통 튀어 나왔어요.


“루나는 어디 있는 거야?”


스물한 번째 컵케이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끔벅거렸어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슥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죠.


부엌을 살피던 스물한 번째 컵케이크의 정체는 바로 루나가 아끼는 곰 인형이었어요.


루나가 릴리 할머니를 돕는 동안 식탁 위 식힘망 옆에 조심스레 앉혀 둔 바로 그 곰 인형이었죠.


“으응? 이건 또 뭐야?”


뻐근한 두 팔을 위로 쭉 펴고 기지개를 피던 곰 인형은 자신의 머리 위에 무언가가 올라간 걸 눈치 챘어요.


“내 머리에 올라간 이거... 킁킁, 설마 버터크림이야?”


연신 손으로 더듬어 알아낸 무언가의 정체는 머리 위에서 단단하게 굳은 새하얀 버터크림이었죠.


화룡점정으로 버터크림 위엔 새빨간 체리까지 올라가 있었어요.


* * *


“얼른 마무리하고 침실로 옮겨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렴. 아가.”


어젯밤 부엌에 선 릴리 할머니는 마음이 급했어요. 부엌에서 잠든 루나가 감기에 걸릴 새라, 얼른 컵케이크 만들기를 끝내고 싶었거든요.


“으쌰, 이제 마무리를 해 볼까?”


기합을 넣고 컵케이크에 버터크림을 올리던 릴리 할머니는, 다급한 마음에 루나의 갈색 곰 인형이 잘 구워진 컵케이크 반죽이라고 착각해 버렸어요.


“음냐... 할무니 다 됐어요?”


루나가 반쯤 잠이 깼을 때 릴리 할머니는 이제 막 마지막 스물한 번째 컵케이크를 완성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우리 루나야, 이제 다 끝났단다.”


그렇게 릴리 할머니는 곰 인형의 머리 위에 새하얀 버터크림과 체리 장식을 올려 버린 거예요.


컵케이크와 곰 인형 머리 위에 올린 버터크림은 한겨울 차가운 새벽 달빛을 받아 점점 굳어 갔어요.


그리고 아침 햇살이 비칠 때쯤엔 포크로 두드려도 형태를 유지할 만큼 완전히 단단해져 있었죠.


뭐니뭐니해도 릴리 할머니의 컵케이크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에는 시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 단단한 버터크림이 있었으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 체리체리베어#3. 말해 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