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발 살려 주세요
릴리 할머니 댁 부엌 뒷문 아래쪽에 뚫어 둔 고양이 통로.
이곳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곰 인형은 계속해서 앞으로, 또 앞으로 걸어 나갔어요.
‘여기서 더, 더 멀어지는 거야. 얼른.’
릴리 할머니 댁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듯, 곰 인형의 통통한 두 발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움직였죠.
뒤돌아볼 새도 없이 걷는 동안 곰 인형의 머릿속엔 루나와 함께했던 지난 추억이 쉴 새 없이 떠올랐어요.
곰 인형을 선물 받고 함박웃음을 짓던 루나와의 첫 만남, 방학마다 루나의 품 안에서 함께 여행하던 날들, 고롱고롱 코를 골며 잠든 루나를 조심히 토닥여 주던 밤까지.
“루... 루나야... 흑흑.”
젖은 눈가를 팔로 훔치던 곰 인형은 어느새 풀과 나무가 가득한 한 공원에 들어와 있었어요.
그런데, 머리 위에서 갑자기 이상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어요.
‘푸드덕, 푸드덕’
곰 인형이 뒤를 돌아본 그 순간,
“으악!”
어디선가 나타난 비둘기 떼가 순식간에 곰 인형을 둘러싸더니 부리로 쪼아대기 시작했어요.
비둘기들의 목표물은 곰 인형 머리 위에 올라간 크림과 체리였죠.
“살, 살, 살려주세요!”
혼비백산이 된 곰 인형은 두 팔로 머리를 최대한 감싼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달렸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다급한 상황에 입 밖으로는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어요.
그렇게 뛰고 또 뛰다 힘이 다한 곰 인형은 돌부리에 발이 채여 아스팔트 위로 쓰러져 버렸어요.
“앗! 아... 안 돼!”
곰 인형을 빙 둘러싼 비둘기 떼가 푸드덕거리며 체리를 쪼아 먹으려던 그 순간!
“어휴, 저리 꺼져, 이 비둘기들아!”
벤치 쪽에서 곰 인형을 향해 달려온 누군가가 훠이 훠이, 도시락 가방을 휘두르며 비둘기들을 내쫓았어요.
비둘기들은 푸드덕거리며 잠시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도시락 가방을 휘두르다 못해 빙빙 돌리며 위협하는 누군가를 피해 물러갈 수밖에 없었죠.
‘나, 이제 산 건가.’
바닥에 쓰러진 곰 인형은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에 힘이 빠졌어요.
“이봐요, 괜찮아요?”
곰 인형이 정신을 잃기 직전, 자신을 걱정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 왔어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누군가가 곰 인형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곰 인형은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이어서 툭, 하고 곰 인형의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렇게 누군가의 품에 안긴 곰 인형은 정신을 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