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몰 토크

기억하고 싶은 밤

소예일상

by 은채

기억하고 싶은 밤이었다.

1월 3일 밤 12시에 나는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기억해서 아들, 딸과 함께 별을 보러 후다닥 나갔다.

얇은 잠옷 위에 롱패딩을 걸친 나와 과제를 하다가 엉겁결에 따라 나온 딸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오들오들 떨었다. 그나마 든든하게 입은 아들이 별자리 이름을 찾느라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는 중에 딸이 소리쳤다.

“앗 저기!!”

눈이 카메라인 우리 딸이 가장 먼저 별똥별을 찾은 거다.

마치 슬로우가 걸린 영화 장면처럼 별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졌고 나는 그 꼬리 끝을 겨우 보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때를 놓친 아들은 “어? 어디? ” 했지만 나와 딸은 대답할 겨를 없이 후다닥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나는 우리 집이 팔리기를, 그리고 아들의 군생활을 놓고 간절히 기도했다. 딸은 잘 생긴 남자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내가 너를 위해 빌었어."라고 말해주었지만 아들은 별똥별을 보지 못해서 무척 아쉬워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비극의 연속이었던 중에 별똥별을 봤다. 모든 행복은 찰나임을 알기에 기록해 두었다가 이제야 꺼내 적어본다. 이제 기록했으니 이 소중하고 낭만적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겠지.


요즘 아들은 외롭고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그걸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아들에게 다정하고 믿음직한 아빠나 선배나 형이나 하다못해 친척이라도 있었다면 위로나 도움이 되었을 텐데.. 나의 처절한 고독으로 아들도 저리 외롭게 사는 걸까 싶어 슬퍼진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 나는 아들이 군대에서 인생의 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빌었다. 어릴 때에는 제발 부모님이 싸우지 않게 해달라고 근처의 교회로 도망가 빌고 또 빌었었다. 울며, 귀를 막으며 빌고 또 빌었었다. 신은 종종 내 기도를 외면했지만 별똥별은 들어주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훌쩍, 우울한 기분은 털어버리자.

기억하고 싶은 밤을 가진 것만으로도 지금은 행복하니까.

먼 훗날, 우리 셋은 오들오들 떨며 별똥별을 보았던 이 자리, 이 동네를 얘기하며 웃을 거다. 그건 또 얼마나 근사한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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