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몰 토크

훈련소를 마치고

소예일상

by 은채

아들이 5주의 훈련을 마치고 집에 왔다. 2박 3일의 휴가를 받았지만 진주역에서 김포까지 장장 5시간 30분이 걸려서 이틀은 이동 시간으로 다 날렸다. 고작 하루를 함께 했는데 그마저도 반나절은 병원에 가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아들이 체격이라도 우람하면 덜 걱정했을 텐데 키도 작고 워낙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이라 조금 걱정스런 면도 있었다. 그래도 사리분별력이 있고, 성장하는 인간형이라 아들의 단단함을 믿었다. 믿은 만큼 무사히 훈련을 마쳐서 뿌듯했다. 그 애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고 대견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가는 아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뒤 나는 바로 친구들과의 모임에 갔다.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맛있는 밥도 먹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 한쪽으로 미뤄두었던 쓸쓸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마음이 아프게 쓸리며 차에서 내리니 집 앞의 태양열 전구가 내는 불빛이 다정해 보였다.

“나를 기다린거니?”

딸은 자취방으로 갔고,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들과 눈이 동그란 고양이가 텅 빈 집에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들은 방을 깔끔히 정리해놓고 떠났다. 그게 속 상해서 눈물이 났다. 일찍부터 철이 들어버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 애의 섬세함과 배려심 때문에 가슴이 찡했다.

문득 ‘이런 때, 술 한잔 하자고 연락할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친구들을 만나고 왔는데 말이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누군가가, 말 없는 포옹을 해주는 누군가가 그리웠다. 하지만 나는 금세 체념을 하고 즐거운 척 맥주캔을 땄다. 혼자이면 혼자인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랑 어울린다. 끼리끼리 노는 법이다. 마음도 그렇다. 희로애락이 풍부한 사람은 그만큼의 깊이를 가진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


오늘은 군대에 아들을 보낸 이혼녀와 연결되고 싶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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