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몰 토크

7개월 후에 도착한 편지

소예일상

by 은채

2024/ 7/ 4

유빈이랑 예빈이랑 국립 민속박물관에서 하는 ‘요물 전‘ 전시를 보러 왔다. 김포에서 한 시간 십분 정도 걸려 도착했는데 피곤하고 목도 말라 이곳에 왔다. 다행히 미세먼지는 좋아졌고, 어제의 폭풍 같던 마음들도 가라앉아 있다.

어쩜 나는 그동안 나의 불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해 왔는지 모르겠다. 자녀는 책처럼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다. 나의 지독한 고독과 불안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자책도 되고, 나를 이렇게 정서적으로 뭉개놓은 내 부모가 미운 마음도 든다. 어쨌거나 다 내 업보라는 생각이 들면 우울해진다.

다음 생이라는 게 있을까? 다음 생이 있다면 절대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을 거다. 바람이나 낙엽, 구름 같은 걸로 태어나 희로애락과 상관없는 삶을 살리라.

안국역에 있는 카페 ’ 널 담은 공간’에 가면 실링 체험과 함께 자신에게 쓰는 편지가 있다. 우리는 각자 편지를 쓰고 실링 작업으로 봉투를 밀봉한 후 2025년 2월 1일 발신 칸에 넣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오늘, 그 편지가 도착했다.

그날의 사진은 예뻤지만 나는 사실 처절한 고독과 서글픔 속에서 도달한 공허함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편지를 읽으니 그때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이 마음을 누가 알까?


슬픔은 늪과 같다. 그러니 그만 생각해야지.

그만 생각하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 작업을 해야지.

그리고 오늘은 꼭 운동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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