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일상
"나는 매일 아침 조그마한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속을 채워 넣은 만다라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들은 그 당시 나의 내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나는 무엇이 진정한 만다라인가를 서서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인격의 모든 것이 원만하고 조화롭게 통합되었을 때 형성되는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 칼 융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인도의 고대언어)로 원상이라는 뜻이다. manda는 참, 본질을 뜻하고
접미사 la는 소유, 성취를 의미한다.
- 한국문화 상징사전 2, 두산동아 1995
'그림책미술상담가' 공부를 할 때 만다라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형태나 색감, 구도를 고민하지 않고 원을 채운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작년에 경제적인 압박으로 책방을 집으로 옮긴 후로는 돈을 버느라 통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몇 달이 지난 후에 막상 그림을그리려니 머리도, 손도 꽝꽝 굳어 있었다. 그런데 만다라를 그리니 서서히 손이 풀렸고 조급했던 마음도 편안해졌다.
물고기 만다라 / 수채화
연못 속의 물고기를 생각하며 연필로 스케치를 한 뒤 채색은 무의식에 맡겼다.
달님 만다라 / 수채화, 펜
이번 추석의 긴 연휴는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집 근처 친구들을 만나고, 미용실과 피부과에 가고, 3부까지 진행된 아이돌 체육대회와 영화도 챙겨 봤다. 추석 전날, 친구의 반찬가게에서 미리 장만해 놓은 맛있는 음식으로 매일매일 푸짐하게 챙겨 먹고 산책도 했다. 사실은 비가 내려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비 오는 날 여기저기 다닐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과 교통 체증을 생각하니 나의 자유가 아주아주 달콤했다 :-D
비가 와서 달은 볼 수 없었지만 나는 밤하늘에 휘영청 떠있는 달을 생각하며 만다라를 그렸다.
이건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렸더라...
비가 오니 참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린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운동 선수의 시간과 같다. 꾸준히 해야 하고 워밍업도 필요하다. 나는 만다라에서 새로운 워밍업을 찾았다. 손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여행을 하게 되었다,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다와 같은 의미이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