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볼까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003. 피터 웨버 감독
여주는 스칼렛 요한슨, 남주는 콜린 퍼스.
이 두 배우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이야기여서 더욱 좋았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 나오는 그림 속 하녀가 선명하게 파란 앞치마를 두르고 바삐 움직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서 나는 두 손을 모았다. 긴 막대기로 여러 개의 창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달라지는 빛, 그당시의 좁고 어두운 침실, 귀족들의 새빨간 드레스, 무엇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과 스칼렛 요한슨의 싱크로율이 미칠 정도로 좋았다.
내 전공이 서양화라서 안료를 물에 섞어 물감을 만드는 과정을 고요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좋았다.
안료가 물에 섞일 때, 하녀 그리트의 예술을 향한 마음과 화가를 향한 동경이 그 물속에 녹아 함께 섞이는 것 같았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이고 선정적인 요즘의 사랑과 달리, 눈빛만으로도 팽팽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참 좋았다. 눈빛만으로도 충분한 두 배우의 힘이 느껴졌다.
화가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델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부분이 있다. 당시에는 부유층과 권력가들에게만 썼던 파란색을 낮은 신분인 하녀에게 썼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상을 향한 충실한 관찰과 마지막의 간단한 터치로 순간의 빛을 담아낸 베르메르.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마 감독도 나와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연출은 보는 내내 내 가슴을 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