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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Nov 24. 2021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니  

책방 시나몬베어

작업실로 가는 길은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그늘이 있는 길과 햇살이 가득한 초록 나무 길. 

여름엔 상가 건물 때문에 생기는 그늘이 짙은 길로 가고, 요즘처럼 바람이 쌀쌀한 게절엔 햇빛이 내리쬐는 초록나무 길로 간다. 그 길은 일렬로 서있는 나무들이 긴 그림자를 만드는 널찍하고 변화무쌍한 길이다. 1월에 책방 겸 작업실을 차리면 이제 이 예쁜 길을 자주 걷진 못할 거다.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운하지만 달콤한 기분으로 걸었다. 그러다 작업실로 들어섰고, 어제까지 작업을 마감하느라 정리가 안 된 작업실을 휙 둘러보자마자 후회했다.    

'이렇게 따뜻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박차고 나가다니..... 내가 왜 책방을 연다고 했을까? 내가 뭔 일을 저지른거지? ... 내 마음의 북소리는 안주하지 말고 도전을 해 봐! 이번 생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 라고 말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피곤해....'

피곤해서 누운 작업실의 바닥은 따뜻했다. 그 따끈함은 이제와서 무를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곱씹게 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모든 도전엔 리스크가 있다. 안전하고 확실한 도전은 없다. 분명 나는 깨끗하고 조용한 지금의 작업실을 떠올리며 후회를 할 거고, 서점과 작업실을 동시에 운영하며 실수를 할 거다. 나는 2와 5, 6과 9를 늘 헷갈려 하는 사람이니까. 사실 저금한 돈을 까먹는 인테리어 비용에 벌써 후회가 시작되고 있다. 내 이성은 그렇게 쯧쯧거리고 있다. 

그러나 내 감성은 박수를 치고 있다. 안락한 작업실의 문을 닫고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은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분명 지금보다 더 후회하고, 실수 하고, 툴툴거리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 속에서 배울 거다.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다. 동네 서점은 언젠가는 도전했을 일이다. 게다가 이미 계약서에 싸인을 했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니 어쩔 수 없다. 잘 하겠다는 욕심을 덜고 차근차근, 천천히, 조금씩 해볼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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