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서로 모순되는 격언들도 있다. 예를 들면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몇 명의 좋은 친구만 사귀라고 말하기도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가 하면 삶이 흘러가는 대로 살라고도 한다. 실수하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조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실수를 너그러이 대하라는 것도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으라고 하는가 하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라고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청하거나 주변 누군가에게 아무런 마음의 찜찜함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건 잘 못 살고 있는 것일까? 어려웠다.
마땅히 의지할 사람 없이 마음이 너무너무 힘들 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북극의 오로라같이 마음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과 언어에 절로 눈길이 머문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지금 하고 있는 고민도 1년 뒤에는 분명 사라집니다.'.....
한동안 그런 힐링 관련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힘든 시간을 연명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물구나무서서 세상을 보듯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겠지... 그럴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달라질 수 있을까?” 착한 위로를 넘어,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을 배워라.
잘못된 희망보다 진실된 아픔이 해답을 준다.
“고통은 분명 시간이 갈수록 무뎌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착한 거짓말은 우리가 진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없게 한다.”
앤 라모트는 고통의 끔찍함을 멀리해 봤자 소용없을 거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녀의 말이 옳다. 잠깐 잊은 척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어설프게 묻어버린 고통은 언제든지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p.191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앤 라모트
그렇다! 위대한 명언이나 격언의 모순과 함정. 개개인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모두 다르게 공감되며 현명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상황이 악화되어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매 순간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도 뼈 아픈 실패를 할 수 있다. 시간도 돈도 건강도 그 밖의 소중한 모두를 잃어버릴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삶은 스스로 판단하여 해결하고, 극복하거나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 친구... 그 누구가 아닌 적어도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했다...
책임을 외면했기에 지금 살을 에이는 차디찬 한파 속에 서 있다.
이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그래서! 뼛속까지 시린 추위 속에 스스로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매무새를 추스르며 잔뜩 움츠리고 있는 허리와 어깨를 반듯하게 편다. 가만가만 가슴을 다독이며 내 안 어딘가 남아 있을 불씨를 믿고 기운을 북돋으며 유심히 주변을 둘러본다.
죽은 듯 뻗어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실은 땅 속 깊숙이 뿌리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듯, 하늘이 온통 먹구름에 가려졌다고 태양이 사라진 것이 아니듯,
구름이 지난 뒤 따스한 햇살의 달콤함과 계절이 바뀌면 새 생명이 움트고 자라 나는 경이로운 자연의 이치처럼, 살아 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겪게 되는 문제들을 외면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을 것이다. 삶 속의 사소하고 흔한 기쁨의 힘을 틈틈이 빌리면서, 새로운 일상의 길을 갈 것이다. 서툴고 느려도 쉽게 지쳐서 멈칫하다가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겠지만-- 다시, 다시, 다시 길을 나설 것이다.
텅 빈 듯 보이지 않아도 멈춤 없이 가는 시간 속에 내 삶을 정성스레 담으며 나를 세울 것이다.
다시 새-삶스럽게.
곁들이는 말 ; 어느새 해님도 구름도 잠이 들어 적막해진 저녁 하늘에 멀~리 홀로 반짝이는 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