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최애가 부도칸에 가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시간과 돈, 마음과 에너지를 쏟는 날 두고 주변에선 이렇게 말한다. “마음 둘 곳 없어?” “젊다 젊어.” “밥도 안 생기는 일에 왜….” 종합하면 나는 결핍됐고, 나잇값 못하며, 무용한 짓을 일삼는다. 아무렴 어때, 나 좋으면 그만인걸.
아낌없이 주고 싶고, 응원하고픈 마음. 그것은 사랑이다. 최애(가장 좋아한다는 의미) 아이돌을 향한 팬의 사랑은 때로 연인이나 부모 자식 간에나 가능한 순도를 보인다. 따라서 ‘유사 연애’나 ‘유사 육아’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함부로 규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가끔은 나도 궁금하다. 이 마음, 결국 어떻게 될까.
만화 ‘최애가 부도칸에 가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최애부도)는 그 순전한 마음의 행방을 쫓는다. 부도칸 공연은 일본 내 아이돌의 성공의 상징이다. 만화는 ‘지하 아이돌’(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아이돌)과, 이들을 ‘키우며’ 함께 크는(실상은 거덜 나는) 팬들과의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체육복 하나로 버티며 수입의 전부를 아이돌을 위해 쓰는 주인공 에리피요는 지하 아이돌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 없는 ‘마이나’를 응원한다. 이들의 성장이 목표고, 살아가는 동력이다. 덕질을 더 잘하려고 회사를 그만둘 정도. 이 순수한 마음은 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대변되는 순정만화풍 그림과 만나 따스하고 기세 좋게 이야기를 이끈다. 그래서 에리피요에게 뭐가 생겼냐면, 글쎄, 사랑의 기쁨…?
‘최애부도’가 덕질 후 변화된 삶의 전반부를 다루고 있다면, 소설 ‘최애, 타오르다’는 후반부다. 일본에서 50만 부가 팔리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최애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쌓아 온 주인공은 최애가 몰락하자 살아갈 이유를 잃는다. 단단한 일방향의 사랑이 침식하고 소멸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 묘한 관계와 현상을 다룬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희주 작가의 ‘성소년’은 주체할 수 없는 마음에 최애를 납치하고 마는 네 여자의 이야기다. 이들의 기개(?)에 대해 소설은 “일제강점기 같은 때 태어났으면 독립운동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하지만, 사랑과 범죄 사이에서 길을 잃은 네 사람의 행보는, 사랑의 광기와 파괴적인 본성을 소름 돋게 드러낸다.
대체, 이 사랑은 뭘까.
내 사랑의 끝은 어떤 풍경일까.
여전히 보이지 않고 해석 불가지만,
분명한 건 나는 곧 탕진할 거고,
범죄는 절대 없으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