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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파커 Jan 10. 2022

'2년전 오늘' 애인 사진에 울고 있을 당신과 나에게

정대건 소설 '아이 틴더 유'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아이 틴더 유(I Tinder you)’. 누구는 ‘틴더’ 뜻을 검색해 봤다는데. 여기서 ‘틴더’가 인기 데이팅 앱이란 걸 아는 난, 괜히 우쭐하다. 그러니까 ‘러브’(love) 대신 ‘틴더’(tinder) 하겠다. 뭐. 그런 뜻이려나. ‘데이팅 앱’에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난 그저 내 이상형이 몇 ㎞ 떨어진 곳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는, 이 첨단 매칭 시스템을 한 번도 못 써봤다는 게 좀 억울하다. ‘신문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이렇게 또 한 살 먹다니….


영화감독 겸 소설가 정대건의 ‘아이 틴더 유’(자음과모음)는 ‘틴더’에서 만난 ‘솔’과 ‘호’의 썸인 듯 연애인 듯, 결국 둘 다 아닌, ‘그냥 둘이 틴더 했대’라는 이야기다. 시작은 솔이 호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다. 두 사람은 영화 취향이 일치하자 바로 만났고, 솔이 먼저 키스를 했고, 밤을 함께 보낸다. 여기까진 ‘좋아요’. 그러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했나. 같은 밤, 다른 마음. 깔끔하게 헤어지지도 못하고, 화끈하게 연인이 되지도 못하고. 둘은 이상한 합의를 한다. 서로 유일무이하지 않은, ‘스페어’가 돼주기로. 말하자면 그냥, 동네친구.



솔은 사랑에 회의적이다.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가벼움’만 인생에 허용하고 ‘러브’ 대신 ‘틴더’를 한다. 하루 만나 즐기고, 헤어진다. 호는 다르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사람과 1년이나 진지한 연애도 했고, 휴대전화에 ‘2년 전 오늘’이라며 뜬 전 여친 사진에 눈물을 줄줄 흘린다. ‘가만추’(가벼운 만남 추구)인 척 틴더를 하지만, 품고 있는 낭만의 무게는 꽤 무겁다.


이렇게 다른 두 ‘스페어’는 각자의 틴더 라이프를 지속하며, 함께 밥 먹고, 수다 떨고, 술 마시고, 노래하며 서로의 일상을 파고든다. 이러다 틴더 접고 둘이 진짜 러브 하는 거 아니야? 내심 기대했는데 끝내 어떤 러브 라인도 생기지 않았다. 나는 그게 못내 섭섭한데, 그건 사랑을 안 믿는 여자 솔을 좋아하는, 사랑을 찾아다니는 남자 호의 손을 좀 들어주고 싶어서다. 틴더에서 로맨스를 찾는 호를 솔은 ‘틴더렐라’라고 놀렸지만, 호가 떨어트린 유리 구두를 솔이 신어주길 바랐고, 그래서 종국엔 무엇이든 이겨버리는 ‘사랑’을, 또 보고 싶었다. 사랑은 벌써 없다고, 있어도 이제 너무 낡았다고 하지만. 우리 인생에 온기가 서리는 순간은 그래도 여전히 사랑할 때뿐이라고 믿기에. (그리고 그게 내가 이 칼럼을 쓰는 이유라서)


“여전히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는지, 이제는 잠들기 전에 울지는 않는지, 정말로 호가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솔의 마지막 말에, 내 맘을 얹어 세상 모든 ‘호’에게 (그리고 나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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