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혼자 먹으면 더 맛있어! - 일드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
맛있는 것도 혼자 먹으면 그저 그럴까. 뭐든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지는 법일까.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맛있는 건 혼자 먹어도 맛있고, 맛없는 건 같이 먹어도 맛없다. 이 평범하고, 그래서 종종 무시되는 진리를 확실하게 마음에 새기는 것에서부터 솔로 활동은 시작된다. 이 코너의 제목을 보고, ‘뭐지’ 하고 있거나, ‘뭐 그런 거겠지’ 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일단 이번 편은 워밍업. 본격 명랑 솔로 활동기를 펼치기 전에, ‘솔로 활동’ 개론서와 같은 드라마 한편 소개하려 한다. 지난해 TV도쿄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이다. 이것 봐, 제목부터 명랑하잖아. 사실 드라마 정주행 또한 일종의 ‘솔로 활동’이다. 그것도 아주 쉽고, 간단하고, 가성비 좋은 활동 중 하나다.
‘솔로 활동’이라 하니, 솔로가 커플이 되기 위해 하는 활동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혼자서 충분히 즐기는 것을 ‘솔로 활동’이라 하고, 이 솔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비혼 여성들을 ‘솔로 활동 여자’ 라고 부른다. 코로나 19로 단체 및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인데, 생각해보면 이런 여자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팬데믹으로 인해 그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드라마다. 2020년 시즌 1, 2021년 시즌 2, 그리고 2023년 시즌 3까지 이어질 정도로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주인공은 40대 직장인이자 비혼 여성인 사오토메 메구미. 그는 매 화 자신이 경험한 새로운 ‘솔로 활동’을 소개한다. 혼자서 술을 마시고 고깃집을 가고, 영화관, 동물원, 수족관은 기본. 메구미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도 혼자 탈 수 있고, 캠프장에서 혼자 바베큐 파티도 해낸다. 또, 생일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리무진을 빌려 타고, 혼자 케이크 하나를 맛있게 해치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우리 ‘메구미의 친구’들은 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것, 그 ‘공유’의 시간도 우리 삶에 너무 소중하지만, 혼자 먹고 마시는 동안에만 가능한 술 맛, 고기 맛이 있다는 걸, 온전히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의 만족감도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메구미의 ‘혼술’‘혼고기’ 장면에 ‘이거 완전 나네’하며 보다가, 그녀가 다정한 연인과 왁자지껄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것도 좋지만, 이것도 좋다"고 조용히 읊조릴 때엔 그야말로 ‘완전, 동감’이라며 박수를 쳤다. 또, 수수해 보였던 활동 장소 동물원과 수족관도, 자기만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을 보며 ‘한 수’ 배우기도 했다. ‘조만간~’ 하고 저장도 했다. 그러나 메구미가 놀이동산에서 가장 무서운 기구를 혼자 타거나, 한 무리의 남성들 옆에서 홀로 야외 바베큐를 시도하고, 급기야 낯선 이들과 총을 겨누는 서바이벌 게임에까지 도전했을 때엔, 과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다. 아직 나의 솔로 내공이 부족한 탓인가…. 약간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아냐, 이래선 명랑할 수가 없다. 반성하고, 다시 떠올려보는 것이다. 홀로 열기구를 타고, 넓은 평야와 작아진 집들을 내려다보면서, 스스로 ‘바람’이 되겠다고 했던 메구미의 마음을. 바람이 되면, 바람에 스치거나 흔들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던 그 순간을. 헬리콥터에서 도쿄의 야경을 눈에 담으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을 곱씹던 그 마음을. 혼자든 함께든, 우리 모두 결국 다 똑같이, 더할 나위 없이 보통의 삶을 살고 있음을 일러주던 그 장면을. 바람이 되어야지, 더 멀리 보아야지. 매번 솔로 활동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것 같아"하고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내일은 또 뭘 하지?"하며 즐거워하는 메구미처럼.
여전히, 그리고 아직.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그 위태로운 위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편적인 인생 메뉴얼 중 하나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미 1인 가구가 전체의 33%를 차지한다고 한다. 메구미와 같은, 40대 비혼 여성도 많다. 일단, 나부터 그렇고, ‘끼리끼리’ 놀아서인지, 주변에도 비슷한 ‘상태’인 또래가 적지 않다. 그래서 외롭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과거라면 높은 확률로 결혼을 하고 출산을 경험했을 나이이고, 지금도 일반적으로는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 나이니까. 그래서, 나에겐 너무 평범한 이 ‘혼삶’이, 때로 아니 자주,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것도 잘 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크게 신경 쓰일 때도 있다. 그래서 정말로 어떤 긴박한 순간에는, 솔로 활동에 나서기 전 메구미가 외우는 주문처럼 "자, 오늘도 내 삶에 주연이 되어보자!" 하고 기합을 넣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1인 가구 대책을 마련하라’거나 ‘평범하게 봐달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혼자라서 행복해요’를 보여주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행복’이 ‘~라서’로 해결될 차원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더 중요한 건 내가 무슨 원대한 계획이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비혼’이 된 게 아니라서다. 또, 계속 비혼이겠노라고 결심한 것도 아니다
솔로 활동을 하는 수많은 동지들, 메구미와 나의 친구들, 선배들과 후배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 것 뿐이고,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 또한, 각자 다른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분명한 사실은 이것 하나. 우리는 그저 ‘혼삶’을 살고, 그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메구미의 뚝심있는 솔로 활동을 본받아, 나만의 ‘솔로 활동’을 펼치고, 이 글을 써내려 갈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되도록 명랑하게.
아, 그런데 ‘명랑한 솔로 활동’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음, 그 시작은 쉽고도 어렵다. 일단, ‘솔로’가 되어야 하기에….
*이 글은 2023년 4월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