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 파커 Mar 05. 2024

40대 비혼 뭐 어때? 이토록 명랑한 솔로 활동 있으니

맛있는 거 혼자 먹으면 더 맛있어! - 일드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 

맛있는 것도 혼자 먹으면 그저 그럴까뭐든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지는 법일까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잖아맛있는 건 혼자 먹어도 맛있고맛없는 건 같이 먹어도 맛없다이 평범하고그래서 종종 무시되는 진리를 확실하게 마음에 새기는 것에서부터 솔로 활동은 시작된다이 코너의 제목을 보고, ‘뭐지’ 하고 있거나, ‘뭐 그런 거겠지’ 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일단 이번 편은 워밍업본격 명랑 솔로 활동기를 펼치기 전에, ‘솔로 활동’ 개론서와 같은 드라마 한편 소개하려 한다지난해 TV도쿄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이다이것 봐제목부터 명랑하잖아사실 드라마 정주행 또한 일종의 솔로 활동이다그것도 아주 쉽고간단하고가성비 좋은 활동 중 하나다.

일본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


솔로 활동이라 하니솔로가 커플이 되기 위해 하는 활동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혼자서 충분히 즐기는 것을 솔로 활동이라 하고이 솔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비혼 여성들을 솔로 활동 여자’ 라고 부른다코로나 19로 단체 및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인데생각해보면 이런 여자들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존재했다다만팬데믹으로 인해 그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드라마다. 2020년 시즌 1, 2021년 시즌 2, 그리고 2023년 시즌 3까지 이어질 정도로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주인공은 40대 직장인이자 비혼 여성인 사오토메 메구미그는 매 화 자신이 경험한 새로운 솔로 활동을 소개한다혼자서 술을 마시고 고깃집을 가고영화관동물원수족관은 기본메구미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도 혼자 탈 수 있고캠프장에서 혼자 바베큐 파티도 해낸다생일에는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리무진을 빌려 타고혼자 케이크 하나를 맛있게 해치운다.

사진 픽사베이


여기까지만 들어도우리 메구미의 친구들은 안다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것그 공유의 시간도 우리 삶에 너무 소중하지만혼자 먹고 마시는 동안에만 가능한 술 맛고기 맛이 있다는 걸온전히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의 만족감도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그래서메구미의 혼술’‘혼고기’ 장면에 이거 완전 나네하며 보다가그녀가 다정한 연인과 왁자지껄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것도 좋지만이것도 좋다"고 조용히 읊조릴 때엔 그야말로 완전동감이라며 박수를 쳤다수수해 보였던 활동 장소 동물원과 수족관도자기만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을 보며 한 수’ 배우기도 했다. ‘조만간~’ 하고 저장도 했다그러나 메구미가 놀이동산에서 가장 무서운 기구를 혼자 타거나한 무리의 남성들 옆에서 홀로 야외 바베큐를 시도하고급기야 낯선 이들과 총을 겨누는 서바이벌 게임에까지 도전했을 때엔과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다아직 나의 솔로 내공이 부족한 탓인가약간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아냐이래선 명랑할 수가 없다반성하고다시 떠올려보는 것이다홀로 열기구를 타고넓은 평야와 작아진 집들을 내려다보면서스스로 바람이 되겠다고 했던 메구미의 마음을바람이 되면바람에 스치거나 흔들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던 그 순간을헬리콥터에서 도쿄의 야경을 눈에 담으며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을 곱씹던 그 마음을혼자든 함께든우리 모두 결국 다 똑같이더할 나위 없이 보통의 삶을 살고 있음을 일러주던 그 장면을바람이 되어야지더 멀리 보아야지매번 솔로 활동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것 같아"하고 자신을 칭찬하고격려하고, "내일은 또 뭘 하지?"하며 즐거워하는 메구미처럼.

사진 픽사베이

여전히그리고 아직연애를 하고결혼을 하는 것은 (그 위태로운 위상에도 불구하고가장 보편적인 인생 메뉴얼 중 하나다그런데통계에 따르면우리나라도 이미 1인 가구가 전체의 33%를 차지한다고 한다메구미와 같은, 40대 비혼 여성도 많다일단나부터 그렇고, ‘끼리끼리’ 놀아서인지주변에도 비슷한 상태인 또래가 적지 않다그래서 외롭지 않기도 하고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과거라면 높은 확률로 결혼을 하고 출산을 경험했을 나이이고지금도 일반적으로는 결혼을 하고자녀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 나이니까그래서나에겐 너무 평범한 이 혼삶때로 아니 자주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것도 잘 안다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크게 신경 쓰일 때도 있다그래서 정말로 어떤 긴박한 순간에는솔로 활동에 나서기 전 메구미가 외우는 주문처럼 "오늘도 내 삶에 주연이 되어보자!" 하고 기합을 넣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1인 가구 대책을 마련하라’거나 ‘평범하게 봐달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혼자라서 행복해요’를 보여주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행복’이 ‘~라서’로 해결될 차원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더 중요한 건 내가 무슨 원대한 계획이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비혼’이 된 게 아니라서다. 또, 계속 비혼이겠노라고 결심한 것도 아니다


솔로 활동을 하는 수많은 동지들메구미와 나의 친구들선배들과 후배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 것 뿐이고,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또한각자 다른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그리하여분명한 사실은 이것 하나우리는 그저 혼삶을 살고그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것그리고 나는 메구미의 뚝심있는 솔로 활동을 본받아나만의 솔로 활동을 펼치고이 글을 써내려 갈 생각이다최선을 다해되도록 명랑하게.


그런데 명랑한 솔로 활동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그 시작은 쉽고도 어렵다일단, ‘솔로가 되어야 하기에.


*이 글은 2023년 4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40대에 일본어 시험봐서 뭐해? 그거 중독이야 공부중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