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장애 일상-동굴(1)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내 마음이 아니었던.

by 미미



우울증은 우울의 동굴이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깊은 우울함에 빠지게 되고 뒤 돌아봤을 때 나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일상생활을 잘 견디다가도 문득 우울감에 빠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었다.

우울감에 빠져있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이미 우울의 동굴 속에 들어와 있던 것이다.

동굴 속을 묵묵히 헤매다가 나는 주저앉는다.

이것은 일상생활에 무기력으로 나타난다.

잠에서 일어나는 일마저 귀찮다.

그렇다고 해서 잠에 푹 들 수 없었다.

잠을 자다가 비명을 지르며 깨곤 했다.

어디서든 괜스레 화가 난다.

다소 과격하게 말하자면 나는 불행한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밉다.

무언가 먹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입맛이 없다.

간혹 단 것이 너무 당겨서 초콜릿이나 과자 따위로 헛구역질이 나올 때까지 폭식을 하곤 했다.



우울증이 심화되는 기간에 나는 동굴에 사는 미친 여자가 된다.



사라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이렇게 처먹고 싶냐
죽을 것 같다. 죽고 싶다.
잠들고 싶어
쓰러질 것 같다. 뛰어내리고 싶어.



끊임없는 자기 비하가 시작되고 자살충동이 나를 감싸 안고 자꾸만 어디론가 뛰어내리자 속삭이는 것 같다.

문득 들려오는 환청은 우울증이 심화되는 기간에 더욱 심해진다.

엄마의 목소리가 나를 채찍질하고 무의식 속에 꽁꽁 잠가놨던 악몽의 상자가 열린다.

나를 힘들게 했던 기억들이 차근차근 생각난다.

나의 눈동자는 내 앞에 있는 현실이 아니라 과거를 비추고 있는 듯하다.






동굴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대인관계에 무척 소홀하다.

직장에서는 말수가 줄어들고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찾아 헤맨다.

우울감이 나를 휘어잡을수록 강박감이 우울감을 통제하려 들기 때문에 그만큼 강박증도 심해진다.

떨어지는 시야를 바로 잡고 무기력한 몸뚱이를 바로 세우려 한다.

평소에 했던 청소나 씻기 같은 자질구레한 일부터 업무나 대인관계를 최소한으로나마 해낼 수 있도록 강박증이 나는 이끈다.

대신 내가 생각했을 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약속, 나의 취미나 여가를 모두 취소한다.

대외활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불속으로 들어가 꼼짝 않고 눈을 감고 있는다.

동굴 속에서 나 자신이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눈물이 난다.

이유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흐르는 눈물처럼 어디론가 흘러내리고 싶다.

이 눈물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우울감이 심화되는 기간 동안 분위기 전환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씻기와 청소,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이었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할 때는 꼼짝없이 기다리기도 했지만 나의 고마운 강박증은 나를 붙잡고 일어나서 밖으로 내던져주었다.

울더라도 밖에 나가서 울라며.



동굴에서 견디는 동안, 나의 잠수를 견디지 못하는 친구나 지인들은 나를 떠나기도 했고 연인들을 화를 냈다.

나는 아주 무심하고 무책임한 사람이다.

또라이 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 기분 좋을 때만 와서 달라붙고 내 기분 나쁠 때는 사람들을 팽한.

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분명히 나의 행동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맹세한다.

나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과 같은 기분을 가진 사람이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만큼이나 나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씩 끌려들어 가야 하는 동굴을 막아버리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았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내 딴에는 열심히 살았다.

사람들의 칭찬에 목말랐고 사람들의 인정이 나의 성취감이었다.

나 스스로를 위해,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했던 노력들의 결과는 처참했다.

나와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나는 긴장했고 불안했다.

우울함과는 또 다르게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공황장애 증상들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한다.



결국에 가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동굴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깐.

만성적인 중증도 우울증을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혹시 자살충동이 심하다면 입원하는 것도 좋다는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병원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