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떠도는 우울증 치료 방법 중에는 꼭 운동이 있다.
운동을 하면 우울증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좋을 텐데 왜 꼭 우울증 치료 방법에 운동이 강조되는 걸까?
운동은 기본적으로 의욕과 열정을 생기게 해주기도 하고 인지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단다.
다이어트나 건강 유지에 좋은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운동을 할 의지도 없지만 지금 이 상황에 숨 쉬고 있는 것조차 힘이 든다.
나는 이미 마라톤을 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나는 이미 뛰고 있고, 앞으로도 뛰어야 하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친절하게도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해주니... 우울 장애인은 야속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더 우울해지거나 과하게 폭발할 준비를 할 뿐이다.
우울하거나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운동을 하자고 해봤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운동도 하지 못하게 무기력하고 우울한 내 모습이 더 절실하게 와닿을 뿐.
운동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우울한 사람에게는 운동보다는 전문적인 치료를 추천하자.
운동은 우울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아니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n개의 방법 중 하나이다.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어느 정도 기분 조절이 가능해지면 우울함과 무기력함으로 약해진 체력을 재정비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지론임에도 불구하고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운동을 과. 하. 게. 추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우울감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물이라 강조하고 싶다.
우울감이 찾아오면서 나 역시 우울감을 타파하기 위하여 찾은 방법이 '운동'이었는데 우울감과 무기력이 심해져서 운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그것이 죄책감과 좌절감이 되었다.
엉엉 울면서 억지로 운동을 한 적도 많다.
나는 미약하게 양극성장애(조울증) 증상도 있는데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는 조증 삽화가 시작되면 과도하게 운동하기도 했다.
집에서 몇 시간이고 고강도 홈트를 하거나 10km 이상 걸었으며 먹지 않아도 힘이 났다.
반대로 우울 삽화기에는 이를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좌절감으로 스스로를 비관하였으며 조증 삽화때와 같이 행동하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나 자양강장제 같은 제품들을 연거푸 마시며 견뎠다.
말 그대로 과대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우울 삽화가 오지 않게 하도록 견뎠다.
우울장애인인 나에게 운동은 신체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우울 장애를 악화시킨 또 하나의 강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우울 및 불안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우울 장애에 걸릴 위험도를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록 나는 우울하지만 운동을 할 수 있을 수 있다면, 우울 장애를 앓고 있지만 운동할 수 있는 기력과 체력이 있다면 당연히 운동을 추천한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운동도 다를 테지만 기본적으로 걷기.
산책로를 걷거나 가까운 거리는 미리 나와 걸어가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처럼 일상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는 것도 좋다.
단기적으로 과도한 운동보다는 명상, 요가, 달리기를 하는 것도 좋고 달리기 경우에는 무작정 달리기보다, 달리기와 걷기의 비율을 계획하고 달리는 인터벌 달리기를 해보시길 추천한다. (필자는 노래에 맞춰 2분 달리기, 1분 걷기를 자주 한다.)
우울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로 몸에는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는 신체화 증상을 쉽게 느끼고 만성염증 유발 가능성, 동맥을 경화하여 심장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있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기분 전환은 물론이고 우울 장애와 연관이 깊은 엔도르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햇빛을 쬐거나
운동하는 것만으로
우울 장애를 완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