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장애 일상 - 고인 물

흘러가지 않는 것들

by 미미



일상을 지내면서 무심코 원하지 않는 기억들과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이 싫었다.

그 감정들이 나를 사로잡아 우울숲으로 끌고 가는 게 무서웠다.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우울 장애가 오게 된 성장기와 지금 내 상황에 대해서 글을 쓰면

흘러가지 않고 고여있던 기억들과 감정들이 해소될 거라 생각했다.

사실 무척이나 설렜고 기대됐다.

진솔하게 털어놓고 인정하고 우울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근데 생각보다 고되다.

기억들을 휘저어서 하나씩 끄집어내고 디테일하게 떠올리려는 노력이 힘들고 구역질까지 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뭐가 다른지, 점점 그 간극이 보이지 않아서 화가 난다.



예전에 심리상담받고 상담실을 나왔을 때 느꼈던 허무한 느낌

은근히 느껴지는 분노






우울 장애는 구제불능이다.

사람의 정신을 좀처럼 놔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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