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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Sep 21. 2023

떠나기 전


표정 없는 사람이 산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술이 조그만히 열려있을 뿐이다.



지나가는 노인의 얼굴에는 지나 온 세월의 무게처럼 주름이 겹겹이 쌓여있다. 색이 다 벗겨진 자전거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려보곤 가느다란 다리로 무거운 페달을 굴리며 간다.

버스를 기다리는 저 청년은 전자담배를 껴안듯 잡으며 의미 없이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긴 주름치마를 입은 여인네는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표정 없는 사람은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고 또 보고.

게슴츠레 뜬 눈이 뿌예져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본다.


어느새 눈물범벅이 돼서

표정 없는 사람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뒷골이 사정없이 가격 되고 있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나는 표정 없는 사람의 나라로 가야겠다.

나를 삼키는 표정이 없는 나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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