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주마등-질투

그 끝은 죄책감

by 미미



나는 청소년기부터 우울 장애를 앓았다.

보통은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이유 없이 울적한 날들이 많아지거나, 반항을 하거나, 문제행동을 수반했을 때 청소년 우울증을 예상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질투와 분노 따위의 감정을 숨기기 위하여 거의 모든 에너지를 썼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을 티 내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과도하게 숨길 때면 늘 편두통과 과도한 수면, 자살충동을 느꼈으며 감정들이 소진되면 하루동일 벽을 응시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내가 숨기려 했던 감정들을 꽤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중에 제일은 '질투'가 아닐까 싶다.

질투는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려는 마음.

가톨릭에서는 칠죄종 (교만 / 인색함 / 여색 / 분노 / 게으름 / 탐욕) 중 하나로 여길 만큼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기고 있으며 부러움을 너머 남을 격렬하게 증오하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멈출 수 없었고 멈추는 방법을 몰라서 숨길 수밖에 없었다.

질투하는 마음은 항상 분노를 일으켰으며 마음이 사그라질 때면 누군가를 증오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괴로웠다.



모르는 사람을 질투할 때면 나 자신이 멍청하게 느꼈졌고 아는 사람을 질투할 때면 미안함과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특히 화목한 가족을 가진 친구들을 질투하는 일이 많았는데 여행지에서 아빠와 손 잡고 있는 사진을 보여준 친구에게는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1년여간 만나지 않았고 엄마가 매일 젖은 머리를 드라이해준 친구의 말에 다시는 그 친구네 방문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일 후회하고 멍청했던 일화.

19살,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를 데리러 오신 친구 아빠와 마주쳤고 친구와 함께 편의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준다고 하셨다.

나는 말을 더듬을 정도로 당황했다.

거절했다.

아니, 그것은 거절의 정도가 아니라 거부였다.

어려워하지 말고 과자 하나 사라는 친구아빠, 빨리 편의점에 가자고 신난 친구

나는 한사코 괜찮다고 말하며 친구에게 손을 흔들고 집으로 전력질주 하여 뛰어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눈물이 났다.

연신 욕지거리만 나온다.

쪽팔리고 멍청한 내 모습이 진절머리 났다.

유연성 있게 거절하는 방법도 너스레 떨며 호의를 받지 못하는 내가 싫었고 다정한 아빠가 있는 친구가 미운 내가 경멸스러웠다.

다음날 만난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훗날 이야기 했을 때 친구는 기억도 못했다.) 나는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 고만고만한 친구들인데 유독 가족들 이야기만 나오면 내 마음은 불붙은 연탄이 되어서 활활 타올랐고 그 불이 꺼질 즈음엔 익숙한 울적함에 기대어 쉬었다.

질투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연적이라 한다.

질투의 긍정적인 면은 경쟁심리를 유발하여 노력하게 하고 개인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인데 나에게는 한번 불붙으면 멈출지 모르는 뜨거운 연탄이었고 나를 완벽히 태워서 흩날리게 했다.








질투만 느껴도 그것은 감추고 소진하느라 에너지 소비가 굉장히 컸는데 질투와 뒤따르는 죄책감은 더 짙고 길게 여운이 남는다.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내가 부족한 인간인데 너를 미워해서 미안해'

'너의 기쁨과 잘됨을 순수하게 축하하지 못해서 미안해'

'혹시나 내가 너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들켰을까'

마음속으로 미안해를 하도 외쳤더니 청소년기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미안해였다.

친구들은 사소한 일에도 사과하는 나를 착하고 여린 친구라 말했지만, 그건 사실 나를 위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사과하고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게 해야 나는 편안했고 비로소 용서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과하며 죄책감을 해소했지만 나의 자존감은 한없이 태워지고 있었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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