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게 보내는 편지
존재의 깊은 우물 속에서
알다시피, 너는 말이지.
지금은 틀 수 없는 낡은 LP음반 위에 올려놓은
망가진 바늘로
지직거리며 나를 엉망으로 휘감아 버리고 말았어.
내 온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 깊은 곳까지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어 떼어낼 수 없는 그런 것.
내가 온갖 노력을 기울여 떨쳐내려 해도, 너는 꿋꿋하게 나를 놓아주지 않는구나.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건 불가능할지도 몰라. 그저 희미한 가능성조차 없었던 걸까.라고
오전 반나절은 이미 날려 버리고 늘어진 두 다리를 비척거리며 일어나선 생각을 하지.
나는 이 너절한 너를 완전히 버리고, 홀홀 자유로울 공기 속으로 걸어 나가고 싶어.
온몸을 빛으로 향해 나아가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그세포들을 모두 바꾸고
새로운 삶을 얻은 듯 가볍게 날고, 활기찬 발걸음으로 앞을 향해 쭉쭉 전진하는 거야.
밤새도록 축축하게 늘어져 있던 그 음침한 어둠을,
아침 햇살 아래 바싹 말려서 눅눅함이 없는 상태로 만들고 싶어.
마치 잘 마른빨래처럼.
그래서 깊고 길었던 잠에서 깨어난 다음에는, 따듯하고 신선한 에너지로 이 현재의 시간을 채우고 싶어.
다시 '나'라는 형태로 온전하고 단단하게 서고 싶어.
*
나는 너를 몰아내려 몸부림쳤고,
그 과정에서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어둠들을, 죽음의 생각들을, 삶으로 바꾸었으며.
그 무거운 어둠을 끝내는 다른 색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했지.
*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꽤 지쳤어.
나의 그림자 mélancolie 여. 너는 내가 어둠 속에 갇혀 있기를 그토록 원하고 있어.
너의 이기적인 욕심은 나를 더욱더 무너뜨리고 깊디깊은 동굴 속, 그리고
숨조차 쉴 수 없는 저 깊은 심연의 바닷속으로 가라앉기를 원한다.
너는 내가 더더 무너져 병들고 고독이라는 이름의 텅 빈 우물에 갇히기를 끈질기게 바라고 있지.
***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나는 살고 싶다.
***
봄이 오면 얼었던 땅을 뚫고 기어이 솟아나는 여린 새싹처럼
한여름의 들판에 핀 그 아름다운 수많은 야생화들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 나의 생명 꽃을
피울 거야.
너는 나의 처절한 아우성을 깔깔 대며 비웃고 즐기며
네가 주는 달콤하디 달콤한 꿈 속에서 무엇이든 이루어주고, 나에게 일어나지 말라고 나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는 얄팍한 꿀단지를 퍼부어주고 있지만,
"나는 마침내 이 오래된 암울함에서 일어서려 한다"
***
가끔은 말이지 너라는 그림자가 진짜인지 아니면 눈을 뜨고 걷고 있는 내가 진짜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져 혼란스러워.
하지만, 나는 오늘을 살아 깨어났고, 기어코 태양의 빛 속에서 나의 세포들이 희미하지만 희망이라는 에너지로 아주 조금씩 채워지며 충전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
작은 움직임이지만 말이야.
물론, 이것이 결코 쉽지 않고 만만한 길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어.
내가 빼낸 어두운 벽돌 하나뿐이지만 그것이 반의 반개도 되지 않을 미약한 에너지뿐임을 나도 너도 알고 있지만,
상관없다.
***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 나갈 거야.
왜냐하면 나는 이토록 간절히 살고 싶기 때문이니까.
내게 주어진 삶은 매우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기에 난 끝내는 해낼것이다.
그러니 너도 너무 애쓰지 말아.
안녕. 내 평생의 그림자 mélancolie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