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달빛
이 세상 모든 밝음이 나를 향해서만 쏟아지던 날.
오늘은 유난스럽게 해가 쨍쨍합니다.
오전 내내 먹구름이 여기저기 거들먹거리며 왔다 갔다 하더니 어느새 사라지고
마치 어떤 슬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부시고 화창해졌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 밝은 하늘에서 뭔가 툭툭 제 어깨 위로
떨어졌어요.
***
여우비.
***
알았을까요, 겉으로는 웃으며 괜찮은 척, 밝은 척,
하는 내 모습이 우습다는 듯이,
가장 투명한 공기와 햇살 아래에서 비는 툭툭 떨어졌습니다.
빗방울이 어깨에 닿을 때마다, 가슴속에서 잔잔한 미소 뒤로 숨겨 두었던
뜨거운 파도가 일렁이더니
눈물이 왈칵 올라왔어요.
***
이 눈물이 나의 몫이라면, 이 빛은 분명 그대의 몫이겠지요.
***
한때 나의 달이 되어 주었던 당신은
늘 나의 불안한 밤의 어둠을 지키고,
나의 가장 개인적인 밤을 달빛으로 감싸주던 사람이었습니다.
***
태양을 처절하게 질투하며, 그런 태양을 사랑하는 나를 질타하며
분개하였던 당신.
***
그런데 그대가 나를 위해 이토록 눈부신 화창함을 선물해 줍니다.
나의 슬픔은 여우비로 내리고 있지만,
태양의 빛이 더 강렬하도록 그 자리를 내어 주고 있습니다.
***
당신은 아마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네가 천국에 가져가고 싶은 단 한 가지 기억은 네가 세상 가장 밝은 곳에서 진짜로
행복해하던 그 순간이어야 한다고, 그러니 이제 행복하라고"
***
지금 내 머리 어깨 위로 쏟아지는 이 찬란한 빛은 나를 향한 그대의 영원한
선물일 것입니다.
오늘 밤에도, 그리고 내일 밤에도 당신의 달빛은 내가 잠들 어두운 밤을
지켜주고 있을 테니 무서워하지 말고 평안히 잘 자라고.
그리고 이제는 억지가 아닌 진짜의 미소를 지으라고 당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