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날 :

Loving

by lea

너의 어깨와 머리 위로 눈은 소복이 쌓여 갔고,

매서운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꼼짝 않고.

나는 집 베란다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 모습을 그저 타는 가슴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가지 마"라는 절규가 일었지만,

휴대폰 문자로는 차갑게 "가라"라고 밀어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이,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너를 그 자리에

꽁꽁 묶어 두었다.

***

그럴 수는 없었다.

얼어붙은 너에게로 뛰어내려 갔다.

그제야.

***

떨리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너를 힘껏 안아주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너를 안았다.


얼어붙은 너의 몸과 입술은 겨우 속삭였다.

"사랑한다. 그러니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라고"




너를 만나기 전 나는 아이의 서툰 사랑만을 알았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던

우리는 그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리던 날

비로소

어른의 사랑을 시작했다.

너의 어깨에 수북이 쌓였던 눈을 털어내고서야

나는 너를 진정으로 내 안으로 받아들였고


그런 나를 너는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다.

부부로 함께 한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리는 그렇게 아깝고도 아까운 하루하루를 함께 채워 가고 있다.

그리고 어른의 사랑에는 책임도 의리도 진심도 포함된다는 걸 알았다.

작가의 이전글한낮의 여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