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 외로웠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이면
우리는 늘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익숙한 농담, 옛날이야기, 가벼운 웃음...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속이 허하지?"
가끔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
정말 찐친, 내 소중한 그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일이 다가오면
나는 어떤 얘기를 할지, 덜을지를 정하곤 한다.
괜한 얘기 했다가 흑역사를 생성하고 싶진 않고
조금 더 성숙하게 풀어보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만 하고 싶은 거다.
다행히 이 수위(?) 이상의 얘기는 친구들도 궁금해하지 않고,
거의 듣는 축에 속하는 나는
가끔의 화자가 되어 얼굴의 온도가 오르는(!)
약간은 벌거스런 온도도 경험하며 대화를 빌드업한다.
우린 함께할 때 정말 영원할 것 같다.
뭘 하길래 그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지.
청계천을 거닐기, 길거리 버스킹 보기 같은 일상이다.
우정에서만큼은 완벽에 가까운 우리도
놓치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외로움’이다.
우린 이 감정을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나고 오면 묘한 외로움이 내게 찾아온다.
그래도 맞이할 수 있을 때면 다행이다.
뼈를 스쳐갈 때면 다시 견뎌야 되는 순간이 오는 거고.
그런데
한 번도 이런 질문은 해보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외로움은 쉽게 퍼져서 감출 수 없다고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의 우리를 보면
말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사귀었는데
어떻게 기쁜 일만 있었으며
좋은 일만 말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그랬던 우리에게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20대의 끝을 바라보는 나의
조금 더 단단한 시선이 나를 이끈다.
앞으로의 우리는 어떨까?
나는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우리라면 뭐든 어떠하리”
어떤 일이 닥칠지라도,
‘우리’라니까.
우리라서 다행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함께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