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작시 - 시간 저금통

너를 팔기만 한다면 내 당장...!

by 서쪽 숲나라



생의 대부분을 백수로 보냈지만 그런 와중에도 미칠듯 바빴던 날들이 있었다. 희한하게도 일이란 것은 한꺼번에 터지고 약속도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바쁜 사람들은 부러 약속을 쉬는 날 몰아서 잡기도 하지만 내 경우는 전혀 의도치 않게 겹쳤더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가함과 무료함에 몸부림 치다가 토요일에는 세 탕, 네 탕 약속을 뛰느라 정신줄 잡기조차 힘든 그런 식인 것이다.


중간이 없이 극을 달리는 스케줄에 지치고 짜증 날 때마다 생각했던 것이 시간 저금통이었다. 심심할 때 남아도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그걸 고이 저축하거나 정말 바쁜 사람들에게 양도하고 싶었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때는 내가 낭비한 시간이 사무치게 후회되고 미래에서라도 시간을 끌어다 쓰고 싶은 심정. 그럴 수만 있다면 한 번 뿐인 생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느껴본 시간 분배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시간 저금통을, 누가 좀 만들어 줬음 좋겠다. 난 일빠로 주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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