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카푸친 수도사님들
우유를 먹으면 늘 속이 더부룩했다. 별 맛도 없고 목넘김은 역하기까지 했다. 소가 만든 이 새하얀 액체는 나와는 영 궁합이 안 맞나보다 하며 멀리하고 지냈다. 성인이 되어 커피에 눈을 뜬 뒤에도 아메리카노 아니면 우유의 존재감이 최소로 느껴지는 카페모카를 주로 애용했었다. 라떼류는 무조건 패스, 왠지 비슷해 보이는 카푸치노 역시 시도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시나몬 향이 어찌나 감칠맛 나던지, 잔뜩 얹어진 휘핑크림은 또 얼마나 폭신하게 사랑스럽던지, 친구가 주문한 카푸치노의 비쥬얼에 홀려서 생애 첫 도전을 해봤다. 세상에나... 이건 신세계였다. 우유가 이렇게도 거부감 없이 내 안에 들어올 수 있다니. 우유가 메인 재료인 커피를 이렇게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니.
카푸치노... 이름조차 매력적이다. 카푸치노라는 명칭은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의 카푸친 수도회 수도사들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청빈의 상징으로 모자가 달린 원피스 모양의 옷을 입었는데, 진한 갈색의 거품 위에 우유 거품을 얹은 모습이 카푸친 수도사들이 쓴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는 설이 있고, 옷 색깔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여하튼 우유와 시나몬의 환상적인 컬래버는 참으로 옳다.
첫 만남 후 나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 카푸치노는
십 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 굳건히
나의 시그니처 커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푸치노를 마실 때마다
그 이름에 영감을 준
카푸친 수도사들의 패션 센스에
치얼스 하며 오늘도 나는
행복하게 한 모금을 홀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