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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의 부스러기들
큰엄마라 불리는 여자
by
서쪽 숲나라
Mar 20. 2022
바로 얘네들. 내 남편의 남동생의 두 아들내미들.
네 살 터울의 두 초딩들에게 난 큰엄마로 불린다.
동서가 첫 아들을 낳던 날,
내게 첫 조카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이었던 건
내가 이모도 고모도 외숙모도 작은엄마도 아닌
무려, 그 이름도 묵직한 큰엄마가 되었다는 것.
내 기억속의 큰엄마는 지리는 포스와 연륜으로
집안의 대소사를 솜씨좋게 처리하셨고
그 능력은 특히 명절때 빛을 발했다.
위로는 시부모님 및 시어른들을 모시고
아래로는 시동생 및 동서들
그들의 자식들까지 진두지휘하며
카리스마를 사방 백리까지 내뿜는 그녀는
유관순이요 잔다르크였다.
그런데 내가, 엄마도 되어보지 못한 내가,
갑자기 큰엄마란 중차대한 직위에 임명된 것.
게다가 큰엄마란 단어는 뉘앙스 자체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을 연상시킨다.
고로 나는 정말 이 호칭이 마뜩찮았다.
세월이 흐르고 둘째 조카가 태어나고
어느덧 이 녀석들이 초딩이 되었고
나도 그만큼 본의 아니게 나이를 먹고
이제는 내가 큰엄마라는 사실이
예전처럼 싫거나 어색하지 않다.
나는 내 조카들의 영원한 '큰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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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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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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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서귀포 서남쪽 거주. 예민함과 유머러스함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가며 짧은 이야기들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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