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위에 자라는 단단한 사랑
사막 여행의 기록을 브런치북으로 만들어 발행했지만, 결국 그 브런치북을 삭제했다.
지난 주 요가 수련을 하던 중 조용한 통찰이 찾아왔다.
그 책이 남편과 나의 사랑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사막 이후 드러난 우리 사이의 간극을 오히려 더 벌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남편은 한국 사람이 아니고 한국말도 하지 못한다.
내가 그런 글을 썼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래도 이것은 남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삭제했다.
사막 여행 이후 우리는 결혼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내 사랑이 분산되었다.
예전에는 사랑으로 충분히 감쌀 수 있었던 것들이 더 이상 감당되지 않았다.
나는 자꾸 불만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남편에게 상처가 되었다.
지난주 시댁에서 보낸 일주일도 그 영향 속에 있었다.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시어머니와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댁에서의 모든 긴장을 남편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조용히 내 마음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편은 말했다.
“기가 다 빠져서 힘이 없어. 아직 회복 중인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나의 요동치는 마음과
갱년기 호르몬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 모든 변화는
작년 11월 사막을 다녀온 이후 시작되었다.
사막은 내 사랑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남편을 향한 더 깊은 사랑을 남겼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사막이라는 공간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루 이틀이라면 모를까
일곱 날이라는 긴 시간은 더더욱 그렇다.
현실과 문명에서 완전히 단절된 그 침묵 속에서
사막은 마음속의 모든 불순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의식 위로 올라온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과정이 버거운 짐이 된다.
나는 그 시간을 통과했다.
사막을 다녀온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내 마음에는 전쟁이 지나간 폐허가 남아 있다.
남편의 마음에도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폐허 사이에서
예전보다 훨씬 크고
훨씬 단단한 사랑이
갈라진 땅 사이로
새싹처럼 움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