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해도 가벼운 목감기 정도로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늘 아침 나의 몸과 마음을 한없이 아래로 끌어내린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콧물은 멈추지 않고, 머리는 무겁다.
이런 와중에,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떤 말이 들려왔다.
"혼자 강하게 서야 해."
그 말은 아픈 몸에 아주 작은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저번주 시어머니 댁에서의 시간이 누적되어 감기의 형태로 찾아온 듯하다.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은 이번 주 내내 시어머니를 내 안에 모시고 있다.
남편에 대한 원망도 함께.
남편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와 함께 있는다며 일주일을 연장했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스키를 타러 갔다.
나는 이렇게 혼자 집에서 골골거리고 있는데.
이 상황을 원망하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아픈 와중에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말이 들려왔다.
"혼자 설 수 있어야해."
그말의 메아리가 아침 내내 마음속에서 울렸다.
혼자 선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남편에게 기대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단단하게 서 있는 나.
결혼 전에는 '싱글 커리어우먼'이라는 나의 정체성이 싫었다. 나는 그렇게 결혼을 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이미 감정적으로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로서 단단하게 설 수 있어야 남편과 시어머니를 향한 나의 원망도 함께 사그라들 것 같다.
우리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알게 모르게 남편과 가족에 기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알 수 없다.
어떤 일이 생길지 한치 앞도 모른다.
그래서 무엇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두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기댈 곳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기 때문에.
내가 이미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을 때,
그 위에 세워지는 사랑은
훨씬 더 견고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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