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알려준 것

by 물가의 은혜

1년 넘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작년에는 두 도시를 비행기로 오가며 직장생활을 했다.

퇴근 후에는 매일 한 시간씩 번역을 했다.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던 때도 있었고,

수도관 공사로 집이 6주 동안 엉망이 되었던 때도 있었다.


그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던 시기에도

나는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시댁에서 마음이 조금 흔들린 뒤,


몸은 금방 신호를 보냈다.


“그런 마음으로는 못 써.”


독감 때문에 집에만 콕 박혀 있던

지난 사흘 동안


나는 내 마음 안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몸이 회복되려면

마음의 짐을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았다.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고 내려놓았다.


생각해 보니

모두 죽기 살기로 저항해야 할 일들은 아니었다.


우리의 사랑에 비하면

모두 작았다.


그의 사랑에 비하면

모두 사소했다.


감기는 나에게 말했다.


사랑을 믿으라고.


그리고


이 사랑에 의지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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