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수학 강사이야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실제 수업 안에서 나의 칭찬에 춤추는 아이들을 마주하곤 한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떨어트린 채 춤을 추었다면 잔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수업 중에 아이들이 보여주는 춤이란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을 통해 발현된다. 수학 문제를 풀어 나가는 손에 자신감이 실리며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춤사위를 보게 된다.
단순하게 손을 움직여 춤을 추기만 하면 되는 걸까?
똑같이 수학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더라도 거짓공부와 진실된 공부가 있다. 꽤나 머리가 좋다는 아이들은 순간적인 이해력이 좋다. 이해된 개념을 활용하여 ‘진짜 사고’를 통해 다양한 문제 유형을 풀어 나간다. 여기서 ‘잘하는 척’을 하는 학생들이 존재하는데, 대표 문항을 통해 적당히 익힌 풀이를 적용해서 풀어 나가는 학생들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소화시켜서 머릿속에서 제대로 된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수업이 진행되는 2-3시간 동안 제법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시간에 배운 개념과 융합된 문제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만났을 때 진실이 밝혀지고야 만다.
초등 과정부터 비롯된 잘못된 사고가 만성화된다면, 만년 2-3등급의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 될 것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그저 '적당히 잘하는 학생'들을 자주 봤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기에 같이 마음 아파하고 답답해했다.
현명한 칭찬이 제대로 춤추게 한다.
‘우와 정답이야, 잘한다.’ ‘시험 점수가 올랐어, 잘했어’ 이렇듯 결과를 향한 칭찬을 지양한다. 수업 중에도 단순히 문제를 하나 더 맞힌 것에 포커스를 두고 칭찬하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마음이 급해진다.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충분히 곱씹을 줄 알아야 하는 게 수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답을 찾아 칭찬을 받는 것에 급급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짧아진 생각회로는 ‘진짜 사고’가 사라지고 숙달된 방법으로만 문제를 풀어 나가게 된다.
수학은 정답이 정해져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정해진 정답을 향해 가는 과정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칭찬은 제대로 된 춤을 추게 한다.
정답을 찾은 학생에게는 집중해서 접근해 나간 태도를 칭찬한다. 무형의 집중력이라는 건 또박또박 써 내려간 풀이에 나타나 있음을 이야기해 준다. 실수가 나왔더라도 풀이과정을 보며 바로잡을 수 있으니 끝까지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격려한다. 어려운 문제에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면, 문제이해를 정확하게 했는지 물어보며 차분하게 접근한 태도를 높이 산다. 그리고 이럴 땐 평소 보여준 실력을 빗대어 봤을 때 스스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작은 힌트(단계적 힌트)를 주며 재도전하도록 한다.
학생을 진심으로 믿고 지지하고 있다는 마음이 가서 닿으면, 아이들은 차분하게 스스로의 힘을 보여준다.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차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제대로 춤을 추는 아이들로 가득한 수업은 선생님도 춤추게 한다. (룰루)
칭찬을 통한 인정욕구는 사랑받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최대한 효과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상 수업시간엔 잔소리도 많이 하고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소스를 넣어 버무리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추구한다.)
이런 공적인 시간이라고 일컫는 수업시간 사이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사적인 마음을 100% 표출한다. 예쁘게 묶고 온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지난 주말을 공유하기도 하고, 수학문제 풀기 싫어서 아프다고 꾀병 부렸던 아이에게는 우쭈쭈타임을 선물한다. 잔뜩 걱정하는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짚어 보이며, 아픈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수업 중 아프다는 아이들은 학부모님께 연락드려서, 실제로 아프지 않다는 걸 체크한 경우이다.)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수업이 끝나고 적당히 따뜻한 온기만 남는다. 한숨 푹 내리쉬며 피곤에 지배당해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춤추던 수업의 여운이 남아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