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헤어져! 왜 같이 살아!

그게 아니에요, 힘들다는 말이에요

by 강 작가

2026년 2월 25일 수요일 오후


어머니가 사라졌다.

속앓이가 곪다 못해 터져 버린 듯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어머니는
TV 앞에 앉아 있었다.
꺼진 화면을 바라본 채.


집을 나갔던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 말이라도 해 주길 바랐다.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아니면 화라도 내주길 바랐다.


그런데 침묵뿐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엄마랑 아빠는 헤어질 거야.”


그리고
무너졌다.


두 분이 차마 먼저 꺼내지 못한 말을

내가 대신해야 할 때가 온 것만 같았다.


“이럴 거면 그냥 헤어지지 왜 같이 살아!”

“그냥 헤어지라고요! 그냥 이혼하라고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나를 끌어안고
눈물만 흘렸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그 말이 더 아팠다.


어머니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 아버지가 들어왔다.
어머니를 향해 소리치는 나를 말렸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살 거면 그냥 헤어지라고요!”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둘이
차를 타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미안하다고 했다.
한참을 침묵했다.

무슨 말을 더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 뒤
부모님은 나와 누나를 불렀다.


결정을 내린 듯했다.


어쩌면
내 말이 재촉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헤어지라는 말이 아니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게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힘들다는 말이었어요.


집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나를 봐달라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그 말은
아무 데에도 닿지 않았다.


내가 처음 배운

체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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