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죄책, 그리고 무력
2026년 2월 25일 해질녘
그 시간이 왔다.
이별의 시간 말이다.
언제나 우리 가족 곁에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헤어짐의 시간.
"엄마와 아빠는 이제 헤어지기로 했어.
미안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제부터는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과 살아야 한다."
"누구와 살고 싶니?"
기억 속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우리를 부른 순간부터
나와 누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그러지 마. 엄마, 아빠.
죄송해요. 우리가 잘할게요.
말 잘 들을게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하지 않은 잘못을 빌고 있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힘겹게 고개를 돌렸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엄마랑 살게요"
누나가 먼저 말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엄마랑 누나는 여자니까
남자인 내가 지켜줘야 해요.
나도 엄마랑 누나랑 살게요"
그 순간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 500만 원만 줘.
애들이 나랑 살겠다고 하잖아.
500만 원만 주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았다.
우리의 선택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아무리 더듬어 봐도
그날의 기억은
거기에서 멈춰 있다.
예정된 이별이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