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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호 Aug 07. 2020

어쩌면 지금, 꽤나 긴 호흡을 뱉을 시기인 듯 하다.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프롤로그

나는 그동안 짦은 글들에 익숙했다. 흔히 말하는 '요즘 시대'의 잔상, 아니 잔상이 아닌 '온상'에 가깝겠다. 아무튼 스낵 같은 글들을 써 내리고, 읽어 왔다는 말이다. 마치 그때그때 확 마주해버린 상황이나 감정에 충실해서 간단한 호흡을 쉬어 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짧은 호흡들이 무색하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조각이고, 그것이 곧 내가 사는 세상일테다. 더 그렇게 느낀 것은 독자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고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내가 쉬는 호흡들, 디테일하게는, 내가 써 내리는 짧은 글들을 모아서 유추하곤 한다.


그러는 와중에, 내 세상을 표현하는 공간에 한계를 느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스타그램'이라는 채널이 가진 한계를 느꼈다. 그렇다고 '인별'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독자라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곱씹으며 읽지는 않는다. 그곳은 그런 콘텐츠를 담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긴 호흡은 언제 쉴건데, 네 책은 언제 나오는데" 그런 와중에 지인들이 나에게 물었다. '그러게 나는 글을 계속 쓸 마음은 있는걸까.' 이 작가라는 별명이 썩 나쁘지는 않은데, (내 이름은 이민호다. 너무 익숙해서 잊기도 쉽겠지만, 기억하기도 쉽다.) 진짜 작가를 꿈꾸고 있긴 한건가. 어제도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내 피드에 담아냈는데, 어쩌면 이제는 글을 쓰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인생을 수많은 짧은 단막극에 표현하자면, 서른 즈음에는 3막 즈음인 듯 하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무엇을 쌓았는가. 앞으로는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스물 아홉 겨울에는 이런 생각들로 머리를 꽉꽉 채운다고 누가 말씀해주시던데, 나도 그럴려나 (20200630 내가 쓴 글)"


3막을 시작하는 지금, 나는 약 30년 동안 느껴온 '나의 세상이 어떤 곳인지' 그려내길 원한다. 물론 체계적으로. 그리고 그 세상이 결코 나만의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가. 어떤 가치관을 가져왔는가. 나와 비슷한가. 아님 다른가. 예상대로 단막극의 결말이 다가올 때쯤 세상을 잘 꾸리고 있는지에 대한 사색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하염없이 보낼 것인가. 마치 나의 29세 겨울처럼. (아직 겪어보진 못했다.)


내 글이 꽤나 경험적이기도, 또는 이성적이기도, 또는 분석적일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흐름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 느껴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늘 그럴거다. 짧은 호흡에 익숙한 내가 긴 호흡을 받아들일 시간보다, 독자와 내 글 사이의 짧은 호흡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더 빨리 올 수도 있겠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글을 두번 세번 읽는 독자들을 상상하면 신난다.)


어쩌면 지금, 꽤나 긴 호흡을 뱉을 시기인 듯 하다. 내가 살아 온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해줬던 기억들이 있기에 이 글을 쓴다. 그리고 그것을 길게 표현하고자 한다. 마흔 즈음에 존재할 내 세상이 지금의 내 세상과 다를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다른 모양의 호흡일 것을 알기에 긴 호흡에 익숙해보고자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지금 당장 바빴던 오늘을, 너무도 빨리 지나 간 어제를, 후회만 남는 지난 달을, 불행한 일만 가득했던 지난 해를. 또는 늘 내 옆을 지켜주는 내 주변인을, 삭막한 9-6의 소소함을 지켜주는 직장 동료를, 가끔은 눈치 보는 직장 상사를, 내 앞에서 눈물을 훔치던 찐한 친구를, 그 밖에 많은 것들을 쉴새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프롤로그 끝.


이민호 드림

Instagram @lukelukeand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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