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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호 Aug 20. 2020

후회하진 않을까 보내는 시간 때문에 후회하는 일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1장

나에겐 늘 대안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그르쳤을 때를 나름대로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덕분에 나는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늘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늘 대안이 있었기 때문에, '어짜피 이 일이 잘 되지 않아도 나에겐 다른 일이 있을테니까.' 이런 습관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유는 어쩌면 내가 마주한 바로 이 일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것, 그리고 그 하지 못한 선택 때문에 후회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일거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후회라는 단어가 두려웠던 이유는 후회를 단지 후회로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후회가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을 후회라는 단어로 마음속에 묻고, 입에 담았다. 후회스럽다. 지금 이 시점, 왜 내 시리즈물의 첫 장을 후회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맞다.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첫 장을 이렇게 시작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피식 했다면 성공이다.)


우리의 선택이 늘 경제적일 수는 없다. 최근 내가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 회사 동료 '이 모'양은 '그저 친구라는 이유로 모든 일을 재끼고 맨발로 뛰어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어쩌면 학부 시절 모든 사람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으로 가정한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A+'가 적힌 성적표를 위해 존재해온 것일지도. (just joke) 그렇기에 더욱이 내 선택으로 발생한 일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불가능할 수 있다.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로 한 선택을 하게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왜 나는 어제도 그 하찮은 4글자에 빠져 허우적거렸는지, 매일 매시간 후회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엠비티아이(MBTI) 말이다. 일종의 성격 유형 같은건데, 최근 유형 검사에서, 예전에 나왔던 유형과 다른 유형이 나와 내 주변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큰 이슈였다. (?) "이 작가 엠비티아이가 그거였다니!" 배신감을 느낀다는 둥, 어쩐지 결이 달랐다는 둥 별 이야기를 다 들었지만, 이해가 간다. 나랑 같은 엠비티아이 사람들과는 웬지 모를 동질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젯밤 위키백과에 내 유형을 검색하고 몇 시간을 눈이 붉게 충혈되도록 집중해서 성격 풀이를 들여다 보았다. 그뿐인가? 아니다... 각종 검색포털사이트를 뒤져가며, 이런 분석, 저런 분석, 이런 이미지, 저런 이미지 다 긁어 모았다. 5급 공무원 수험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벌써 수석이다.


"분명히 이번 해 그 중에서도 상반기에는 무언가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무언가에 대한 기억은 온데 간데 없고 새로운 것들만 눈 앞에 있다. 오늘은 벌써 하반기의 첫 날이었고, 이미 지났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하반기의 첫 날이 지났다. 이미 지났다. 이미.. 지 났 다. 젠장.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건데 하반기엔. 젠장. (20200701 내가 쓴 글)"


어제도 후회, 오늘도 후회, 내일도 후회다. 그렇지만 그것은 '바뀌지 않는 결과'라고도 한다. 어짜피 내가 선택한 길은 내가 닦든 아니든 둘 중 하나다.

like lotto. 토요일에 국밥 한그릇 함께 말아 먹기로 한 내 친구가 몇 개월 전쯤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로또는 확률이 50%인 거 같어. 되거나, 아님 말거나. 근데 왜 이렇게 안 되는거야?”


로또 같은 우리네 길이 결국은 후회를 하든가 아님 아니든가. 이것도 50프로인거다. 그러나 결국 그 길이라는 나무의 몸통 쪽에서는 후회하지 않을지라도 또 다른 우리네 길의 나뭇가지 끄트머리 쯤에서 후회할 일이 생겨버릴거다. 분명히 (단호)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하라고. 나는 한 3년, 아니 5년 전 쯤부터 인스타그램이라는 채널을 통해 글을 써왔다. 처음에는 나에게도 글이라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또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이 참여하고, 그 참여에서 얻는 용기로 계속 글을 써왔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좀 타고난게 있으니까 지인들의 열띤 참여가 있었던 것일까. 뭐~ 그럴지도. - 1장 제목이 ‘이 작가의 자만’이었던가) 이제는 말이 되는- 힘이 되는- 뜻이 있는- 글 정도는 펜과 종이가 끈끈하게 붙도록 써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해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20대의 끝자락에서 내가 가장 아까운 시간들을 꼽자면 ‘후회할까봐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순간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하면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사랑한다. 후회보다는 기회를 보자. 사랑하는 이들이 삶의 기로를 고민할 때 늘 하는 말을, 언젠가 줄줄 풀어 하고 싶었던 바로 이 이야기를 이렇게 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그리고 그것이 만든 세상의 첫 이야기로 ‘후회’라는 소재를 담는 이유가 바로 이렇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후회에 대해 후회하는 시간들을 덜 후회하기를 바란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1장 끝.


이민호 드림

Instagram @min_how_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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