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92일 차
한국의 빨리빨리는 진짜 전 세계가 알아줘야 한다. 빨리 하지 않으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취급이나 받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너무 빨리빨리라서 가끔씩 실수가 연발한다. 빨리빨리와 꼼꼼함은 떼어놓을 수도, 붙여놓기도 힘든 요소들이다.
회사에서는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이들이 사랑을 받는다. 보통 빨리 처리하는 사람은 업무 파악이 명확하다. 특히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조리 있게 정리하는 습관이 들어있는 듯하다. 빨리빨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재빨리 그들의 상사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기 때문이다. 벌써 다했어? 하고 들어 봤는데 잘 파악되지 않은 채 상사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어제도 나는 빨리빨리 일을 했다. 2천 여개나 되는 영업대상의 카테고리를 하나하나 검색해서 집어넣는 일을 했다. 블루라이트 안경을 얼른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눈이 아파서 힘들었다. 빨리빨리 해내서 이 일을 집어치우겠노라는 마음으로 속도를 올렸던 듯하다. 역시 나는 사무 업무에 재능이 있다. (사무 자동화에 대한 니즈가 더 생겼다)
아무튼 난 지금 회사에서 8282한 일원인 듯하다. 적어도 속 시원하게 일하기 위해 나를 찾는다는 이야기도 해주시니,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더 빨리 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빨리빨리와 꼼꼼함을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92일 차의 어제는 눈이 빠질 듯한 ‘빨리빨리’ 주임이었고, 92일 차의 오늘은 발에 불이 날 듯한 ‘빨리빨리’ 주임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