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97일 차
머릿속이 꽉 찼다. 야한 생각도 아니고 이건 뭐 영 마음에 안 드는 것들만 꽉꽉 찼었다. 어제 퇴근 후에는 할 것이 많아 머릿속이 텅텅 비어 있어야 효율적이었을 터인데, 그러지 못했다. 입이 어버버 거리기만 했다.
그래도 나름 리프레시를 한다고 초밥도 시켜서 먹고 라운지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맛있는 드립 커피도 테이크 아웃했는데, 영 쉽지 않았던 듯하다. 머릿속에 빈 공간들이 드문드문 있으니, 한 곳에 몰빵 해야 하는 어제 그 시점에서는 영 쉽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뭐 오늘 나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중요한 일을 해내러 가는 길에도 나는 꽤나 피로했고 머리가 왕왕 울리는 느낌을 체감했다. 그럼에도 막상 딱 그 시간, 출근해서 정신을 차리는 바로 그 9시가 되니 나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해내게 되더라. 머릿속이 꽉 차서 더 이상 무언가 들어갈 수 없다고 느꼈었는데, 그 꽉 찬 머릿속에서 잘도 무언가를 해내고 있었다.
한 살 한 살 들면서 머리 도는 속도가 늦어짐을 느낀다. 그에 비해 머리를 효율적으로 쓰는 요령은 잘 피우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능력으로 결국 어제든 오늘이든 그 꽉 찬 머리를 요령껏 잘도 써냈다. 기특하게도.
97일 차의 어제보다 97일 차의 오늘, 늦어짐에도 불구한 내 자랑스런 머릿속을 잘도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