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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호 Mar 10. 2021

위스키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98일 차

적어도 어제까지, 위스키는 나에게 그저 소주와 다를 술일뿐 별다른 의미의 술이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를 먹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바에서 위스키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도 무료로) 클래스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향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종류는 어떻게 다른 건지, 이름이 왜 이렇게 붙은 건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보고 듣고 느끼면서 먹으니, 위스키에 미쳐 사는 사람들의 생태계를 조금은 이해가 된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좋은 순간이 된다고 했었나. 어제는 최근 나에게 매우 각별해진 사람과 함께했었고, 그것도 술과 조예가 깊은(?) 그런 사람이기에 더욱 그 위스키 클래스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였다. 한 명이라도 그런 순간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고 흐트러진다면 그러지 못했겠지만, 둘 다 꽤나 몰입했기에 기분 좋은 시간이 되기에 딱 좋았던 것 같다. 하몽까지 눈 앞에서 포가 되어 떠지는 모습을 보고, 아직은 맛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소독제 묻은 수건으로 씻은 손으로 직접 받아 내 입으로 넣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쉽지 않은 경험이면서도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물론 그와 함께였기에 더욱더.


부평을 가게 된다면 무조건 이 바에서 위스키를 먹자며 떠들어댔다. 그만큼 이곳에서의 기억과 맛과 흥이 강렬했던 것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던 것들이 의미가 있어졌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스키가 나에게 그런 것이 되었고,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다. 매우 좋다.


98일 차의 어제는 그 사람과 위스키를 한잔 했고,

98일 차의 오늘은 그 사람과 위스키를 한잔한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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