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13일 차
글쎄, 나는 그새 싫증이 나서 그만둔 것들이 많다.
글쎄, 생각해보면 참 많았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금방 까먹어버린다.
글쎄, 글을 어째 또 잘 써나가고 있는 것을 보니, 싫증 나지 않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 것인가.
글쎄, 딱히 그런 건 없는 듯한데.
곰곰이 생각해보자니, 싫증을 느끼는 일은 나에게 일상 같은 일이다. 무엇이든 일단 싫증을 내고 보는 편인 듯하다. "아 조금 이따가 할까, 아니지 오늘 굳이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래서 나는 싫증을 냈던 기억이 있음에도 꿋꿋이 해나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에 시작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물론 이것도 부끄러우니까 어느 정도 가닥이 나오면 누군가에게 속닥거리고자 한다. (이런 소심함이 늘 있어왔다.) 그래서 나름 매일 그 일에 대해 꾸준히 해오려고 노력해왔는데, 어제는 어째 그 일이 벌써 싫증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싫증이 난 일에 대한 싫증을 접어두고, 결국 그 일을 새벽이 되기까지 떠올리고 끄적였다. 싫증이 났지만, 싫증을 다 부리고는 결국은 그 일을 해냈다. 어제의 나는 초심이라는 것을 떠올렸던 것 같다.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편익보다, 그 일을 마음먹은 그때에 내가 어떤 편익을 꿈꿔왔는가. 사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큰 편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편익이 '인정'이라는 소재와 함께일 때, 나에게는 무던히 큰 편익이다.
나에게는 늘 '인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인정하는 일, 누군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해내는 일, 누군가가 이루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루는 일, 어떤 분위기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그들과 어우러지는 일, 누군가가 나를 존경하는 일, 누군가가 나에게 칭찬하는 일, 누군가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일, 그리고 그중에서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일.'
오늘도 싫증이 있었다. 하지만 몸부림치며 싫증을 부렸던 어제, 인정받는 나를 그리는 그 초심을 떠올려 다시 책상 앞으로 앉게 했던 어제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의 싫증도 싫증으로 둘 뿐, 툴툴 거리며 그저 해나가고 있다.
13일 차의 어제, 아 하기 싫다, 13일 차의 오늘, 아 오늘도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