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14일 차

by 이민호

생선회가 먹고 싶다.

내 이름 석자가 '이민호'지만, 사실은 '이민회'가 분명하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회를 굉장히 좋아한다. 일주일에 3회 정도 회가 당기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자주 내 입으로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은.

내 뱃속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핏속에 바닷물 농도가 얼마냐며,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수많은 횟집에 자기도 좀 데려가라고, 내 친구들은 이렇게 나를 '회에 미친 녀석'으로 생각한다.


어제는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회가 아닌 생선을 먹긴 했는데, 더 정확히는 매콤한 명태조림을 먹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오전 11시로,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매우 배가 허기진 시간이다. 아 배고파) 어제의 생선도 사실 매우 훌륭했다. 배달의 민족(줄여서 배민이라고 하는 그 국민어플을 말한다)에서 가장 많이 주문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없이도 많이 주문해서 먹은 그곳에서, 막내 이모와 큰삼촌, 그리고 우리 가족과 함께 먹었다. 싹싹 흰쌀밥에 소스까지 비벼서 뚝딱 먹었다. 그렇지만 어제는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어제의 나는 분명히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초장에 찍든, 간장에 찍든, 고추냉이를 올려 먹든, 깻잎에 막장을 넣어 쌈을 싸서 먹든, 얼큰한 매운탕에 샤부샤부 식으로다가 푹 담가서 익혀먹든, 소주에 담가 먹든(?), 나는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이렇게 먹어도, 저렇게 먹어도, 나에겐 어떤 음식보다도 편익이 큰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이랬던 어제의 나를 돌아보니, 어제의 나는 그래도 입맛이 돌고 있는 사람인가 보다. 무언가를 간절히 먹고 싶다고, 그 마음을 토해낼 수 있는 그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나 보다.

나인 투 식스의 쉴 새 없는 업무를 견뎌내고, 집에 이르렀을 때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로 침대로 직행해 눈을 붙이고 싶으면서도, 내일의 '나인(9시)'이 다시 올 그 순간이 두려워 눈을 감지 못하고 허둥지둥 내 방에서 무언가든 해내고 있는 내가, 어찌 되었든 무언가를 간절히 먹고 싶다고 그 마음을 토해낼 수 있는 그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는 거다.


그래, 오늘도 생선회가 먹고 싶다.

월급 통장에 잠시 들르는 별 것 없는 월급이지만, 회를 거하게 포장해 내 입으로 집어넣으려면, 적어도 그 별 것 없는 월급이라도 알뜰 살뜰히 챙겨보리라. 내 입맛을 돌게 해주는 생선회가 있으니, 난 그걸로 내 의미 있는, 혹은 의미가 없는 모든 손짓과 발짓에 동력을 불어넣어 본다.


(아 겨울에는 방어지...)


14일 차의 어제, 생선회가 내 입에 들어오는 상상을 했고, 14일 차의 오늘, 언제 먹으러 갈거냐며 친구를 조르며 오늘 업무 시간을 나름 재밌게(?) 보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