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시간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37일 차

by 이민호

나이를 먹어가며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할거라고 누가 그랬었다. 어머니였나. 사는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얼마 남지 않을 친구들도 6개월에 한 번씩 보면 잘 보는 일이라고 했다. 명절이 되어서야 보는 가족도 그리 잘 보지 못하는 각박한 삶이 된다고 했다. 그랬었다.


어제 한 친구와 약속을 잡겠노라고 스케줄러를 보고 있었다. 나는 언제 언제가 괜찮다고, 그는 언제 언제가 괜찮다고. 정하다 보니까 예전과 다르게 나도 내 시간을 비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 되어 있었다. 아 이런 말이었나. 그랬었다.


성인이 된 시간이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 패턴이라는 것들을 심었다. 하루 루틴 같은 것이다. '평일에는, 주말에는, 아침에는, 저녁에는.' 이런 작은 구분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꿋꿋이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진짜, 내가 하는 일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순간이 왔고, 어제 나는 이 시간을 포기할 만큼 다른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좋다.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좋다. 예전에는 부르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무척 헌신적이었던 듯하다. 그 시절이 그립고 그립다. 지금은 요즘을 살아가는 활력을 채워주는 존재로서 친구를 사랑한다. 그들이 없으면 어찌 살지. 나지 않는 시간을 내 가면서 그들을 만나도록 가끔은 치팅데이(다이어트 용어 ; 조금 과장해서 이성을 잃고 먹는 날을 말한다)를 둘 테다. 빈 시간을 친구들로 꽉꽉 채울 테다.


37일 차의 어제는 친구들을 만날 빈 시간을 찾고 있었지만, 37일 차의 오늘부터는 빈 시간을 만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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