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36일 차

by 이민호

소복이 쌓인 눈을 싫어한다.

그저 사근사근 내리는 눈을 좋아한다.

많이 내린 시간 탓에 쌓여버린, 그 깊은 발자국이 남는, 소복한 눈길이 싫다.


너무 하얀 것들을 싫어한다.

그저 아이보리 같이 은근히 하얀 것을 좋아한다.

지극히 날 것이어서, 아무도 손대지 않아, 누군가의 손이 타면 한껏 어둑해지는, 하얀 것이 싫다.


함박눈이 내렸던 어제의 하늘은, 그렇게나 하얀 눈길을 만들어댔다.

어머니가 미끄러질까 걱정하는 내 퇴근길도,

벌써부터 지연될 다음날의 내 출근길 통근 시간도,

집 앞의 꽁꽁 얼어버릴 현관을 피하기 위해 쓸어야 하는 귀찮음도,

적당히 녹았다 얼어서 누군가가 밟고 간 곳이 까만색 얼음이 되어 조심해야 하는 일도,

결국 그 어제의 하늘이 만들어댔다.


36일 차의 어제, 이 도시에 흔치 않은 함박눈이 내렸는데도, 36일 차의 오늘, 뜬눈을 비비며 일어나 그 함박눈이 만들어낸 것들에 온갖 걱정들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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