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35일 차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왜 나이 서른이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냐고 묻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수능 끝나고 뭐했냐고, 취준 하기 전에 뭐했냐고, 퇴사하고 남는 시간에 뭐했냐고, 차 안 살 거냐고.
내가 왜 운전면허가 없는지는 사실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나에게 실질적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분명한 필요가 있어서이기 때문인데, 이걸 사람들은 ‘니즈’라고 하는 것 같다. 니즈가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답이 있기까지 그와 관련한 어떠한 행동도 옮기지 않았다.
어제는 이런 굳게 믿고 있던 선택과 생각과 행동 방식이 꼿꼿이 유지될 필요는 없겠다고 느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니즈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어렸을 때나 그런 듯하다.
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 비단 나만이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어머니도 추우시고, 다리는 더욱 불편하시다. 이제 서른이 된 나야 옷 몇 개 껴 입고 뛰어다니면 땀난다며 거뜬히 추운 날을 버티겠지만, 어머니는 아니다.
차를 끌고 다닐 니즈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운전면허가 없다. 그런데 사실 어제는, 운전면허가 있다면 차를 기꺼이 끌고 다니겠노라는 니즈를 느꼈다. 니즈가 생기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으로 인해 또 다른 니즈가 생기는 느낌.
어쩌면,
운전면허가 있었다면 차를 사고 싶겠다.
운전면허가 있었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싶겠다.
운전면허가 있었다면 운전으로 돈을 벌고 싶겠다.
운전면허가 있었다면 삶을 더 유용하게 쓰겠다.
그렇겠다.
35일 차의 어제는, 니즈가 생겨야 무언가를 하겠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었다면, 35일 차의 오늘은, 그 니즈도 결국은 행동한 후에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