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63일 차
비대면 시대에 택배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어제 나는 중국에서 직구한 새로운 카드지갑을 택배로 받았다. 대략 한 2주 정도는 걸린 택배 박스였는데, 처음에 내 손에 쥐어졌을 때는 내 기대에 대해 무시하는 말투라도 던지듯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택배 박스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고 귀여운 크기였지만,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도 말끔한 박스 모양이었으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월에 치이기도 한 듯한 직사각의 모양이었던 박스가 사다리꼴이 되어버린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방에 들어와 박스를 뜯었다. 지갑을 포장한 제품 박스도 온통 찌그러져 있었다. 이쯤 되면 불길한 예감이 든다. ‘혹시 내 지갑이..’ 조심히 열어본 내 눈은 좀 전까지의 의심을 실망시켰다. 지갑이 아주 훌륭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그 모양 그대로 단정한 자태로 날 반겼다.
결국은 알맹이였다. 무엇이든 겉모습이 정말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그것의 알맹이를 보기 전까지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의사결정을 의존한다. 하지만 어제의 그 택배박스처럼 결국은 알맹이가 내 마음을 움직인다. 진짜 내가 보아야 하는 것들이 무언가로 꽁꽁 숨겨진 겉면의 포장지가 아니라, 내면에 숨겨진 알맹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껴본다.
63일 차의 어제, 택배박스는 온통 찌그러져 있었지만, 63일 차의 오늘은 그저 새 지갑을 바라보며 행복해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