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73일 차
어제의 먹부림(먹성이 드러나는 행동이라는 뜻으로, 마구 먹는다는 느낌으로 씀)은 밤 10시부터 시작했다. 저녁에 우럭 매운탕에 거하게 차려 먹은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명절 연휴가 가져다주는 허전함을 어쩔 수 없었다. 막내 이모를 불러 딱 4인 인원을 맞춰 총알 오징어를 데치기 시작했다. 낮에 장을 보면서 총알 오징어 48개가 들은 냉동식품을 품에 넣어두었는데, 그것을 기어이 당일 밤에 꺼낸 것이었다. 단단하게 얼어있었지만, 물에 잠시 담가두니, 금세 풀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뜨거운 물에 금방이라도 넣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이서 총알 오징어 한팩을 다 했다.
맥주든 소주든 와인이든 집에 있던 술들을 모두 모아 상 위에 펼쳤다. 각자가 추구하는 첫 술의 방향이 다르니, 손에 들어오는 대로 먹으면 됐다. 총알 오징어에 각자 가장 잘 맞다고 느끼는 그 술을 그저 입 쪽으로 기울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맥주 한 캔을 비웠다. 식감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아는 맛이 가장 맛있는 맛이라고, 아는 맛이 내 입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다. 모두가 다 아는, 그리고 내가 제일 잘 아는 그 맛, 그 맛이 내 입으로 들어왔다. 아, 총알 오징어, 잘 샀다.
먹부림은 사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오징어를 데친 그 물로 라면도 끓여먹고, 통 오징어를 냉동실에서 꺼내어 두 마리나 더 삶아 놓고, 볼락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20분을 요리해 먹는 등, 먹부림이 말 그대로 먹부림이었다. 거하게 명절 당일을 마무리했다. 새벽 3시쯤 모두가 젓가락을 놓았을 때쯤 그쯤에 술병 안에도 아무런 술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몇 방울이 있었으나, 그것을 털어 넣을 만한 뱃공간이 없었다. 오징어, 그것은 어제의 영웅이었다. 밤 10시부터의 긴긴 시간이었으나, 입이 행복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나는 총알 오징어 팩을 다시 구매하러 마트에 가겠노라 다짐했다.
73일 차의 어제는 내가 산 그 오징어의 맛을 기대했고 그 기대를 부응했다. 73일 차의 오늘도 오징어를 또 먹겠다며 외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