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보았다

by 김민

신의 심판대 위에 서노라면

속속들이 드러난

죄상을 어떻게든

감추고 피하려는

이윽고 무마하려는

죄인을 두시고는

신께선 어떤 마음이실까


차라리 모두 다 스스로 했다고 할 것을

그것도 내가 했다

이것도 내가 말했다

저것도 내가 주었다

무엇도 다 내가 시켰다

여기도 내가 보냈다

저기도 내가 가랬다

거기도 내가 있으라 했다

어디든 다 내가 요구했다

그랬더라면

말이 말을 먹고

추측이 추측을 밟고

의심이 의심을 부추기고

증거가 증거를 없애고

추론이 추론을 이기고

확신이 확신을 뭉개기라도 했을 텐데


하지만 모두가 이미 보았다

말로서 어찌할 도리가 처음부터 없었다


무엇이든 낱낱이

번개처럼 속히

담아내는

언제나 대낮같이 환한

그런 세상이다

신의 심판대 같은


어리석고 어리석은 죄인아,

신께선 이런 마음이실까

이전 06화무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