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초원이 소란스럽다
그곳에 하나 있는 연못 주변이 더 그렇다
메마른 먼지도 나부끼고 갖가지 동물들이 웅성인다
물을 먹으려는데 사자가 못 먹게 하니까
사자가 밤새 자기가 퍼 놓은 거라니까
내 허락 없인 아무도 못 먹어
사자가 무서워 아무도 못 먹는다
겁이 나서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눈치 빠른 하이에나조차 괴성을 내보지만 소용없다
덩치 큰 코뿔소도 코끼리도 하마도 기린도 꼼짝하지 않는다
권위는 무섭다
타들어 가는 목구멍도 어쩔 수 없다
권위는 서슬이 퍼러니까 모두가 복종한다
아무리 손바닥에 커다랗게 글씨만 써 놓은 왕이어도
이마에 커다랗게 王 자를 새긴 호랑이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호랑이가 이겨 사자가 이겨
물 한 모금 먹을 수도 없으면서 저희끼리 속닥인다
호랑이는 이곳에 없어
아니! 인간들이 가져다 놨어
이제 호랑이가 왕이야
사자가 웃기는 소리하지 말란다
자기가 왕이란다
동물들도 그렇단다
권위는 권력이니까
어느 날 사자가 소를 잡아먹고는 말했다
내가 잡아먹은 건 소가 아니라 너희의 소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