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가 이어준 인연
작년 가을 즈음. 내게 강력하게 결혼을 푸시하던 회계사 남자와 헤어졌다.
물론 나도 한때는 이 사람과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만, 아무리 그가 밀어붙였어도 결국 내 성격상 결혼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 같다. 마음이 조금 무너져 내리던 시기, 그때 지금의 이 사람을 만났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후, 3년 정도 테니스 레슨을 받았었다. 개인적으로 사교적인 모임을 선호하지 않아서 따로 클럽을 가입하지 않았었고, 게임을 나가지도 않다 보니 레슨 기간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타 대학원생 중 나와 비슷한 테니스 초보를 구해 랠리 연습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 랠리파트너인 J가 같이 연습을 하자며 본인의 후배를 데려오겠다는 것 아닌가? 1:1 연습에서 2:1로 바뀌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때 지금 남자친구 H를 만났다.
J는 세미나가 있어 늦는다며, 나는 테니스 코트에서 H와 먼저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이 난다. 낡은 빨간 추리닝을 입고 어색하게 웃는 얼굴. 곱슬머리.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