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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 Oct 10. 2020

회사 동료가 집에 놀러 온다는 것

회사 동료와 대학교 친구처럼 지내는 방법

이직한 지 어느덧 약 5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6년 동안 총 3번의 이직을 했는데, 새로운 회사에도 곧잘 적응할 수 있던 이유는 동료 복 덕분인 것 같다. 하늘에게 감사하다.


사실 이번 이직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특별했다. 내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 온 꿈의 회사였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를 이동한지라 내 역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설렌 맘을 안고 입사한 날, 내가 속한 파트의 동료들이 모두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여자만 있는 조직에 있어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됐지만, 워낙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지라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혹은 들이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동료들과 반차를 내고 카페 데이트를 가고, 볼링을 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갔다. 재택근무 기간 동안에도 거의 2주 간격으로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업무외적으로도 워낙 많은 스킨십이 있다 보니 동료들과는 예상보다 훨씬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자취를 시작한 지 이주가 됐을 무렵, 회사 친구 A가 우리 집에 놀러 와 하룻밤을 자고 갔다. 파자마를 입고 새벽 3~4시까지는 수다를 떨다 잠든 걸로 기억하는데, 회사 얘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지난 남자 친구들 얘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며 깔깔 웃기도 한다. 요리도 같이 하고 스스럼없는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친구들 중에는 '회사 사람을 어떻게 집에서 재울 생각을 해?'라며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회사 동료도 나한텐 너네와 똑같은 친구야!"


우리 집에서 빔으로 보는 가짜 사나이 2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에겐 회사 동료도 친구이자 회사에서 함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메이트이다. 종종 회사 동료와는 적정한 선을 유지한다는 지인들을 많이 본다. (물론 존중하는 바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대학 친구와 고등학교 친구는 또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넘어가면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이런 종류의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가만 떠올려 보면 초중고 친구, 대학교 친구, 인턴/회사 친구의 비중이 거의 비슷하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어떠한 거리감과 제한을 두는 게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만난 공간과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임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그들은 "진짜" 친구로 생각하고 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들 역시 나를 "친구"로 대해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의 조직 생활은 훨씬 더 즐거울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의견도 있다. "회사 사람들과 지나치게 가까우면 업무를 하다가 불편해진다." 나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친하게 지내다가 업무를 하던 중 사이가 틀어진 경험도 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 때문에 회사 동료를 회사 사람으로만 생각해버리기엔,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도 많다. 현재의 회사 동료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업무에서 만큼은 적당한 긴장감을 통해 건강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사적으로도 굉장히 가깝고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업무를 할 때는 냉정한 피드백과 조언을 주고받는다. 기분이 상할 일은 거의 없다. 동료의 역량을 믿고, 또 그들의 피드백이 나를 더 성장시켜준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제도 회사 친구 A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퇴근 후 우리 집으로 달려왔는데 우리는 떡볶이를 해 먹고 가짜 사나이 2도 같이 시청했다. 그리고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연인의 모습으로 치킨을 뜯어먹고 각자 일정이 있어 점심시간 즈음 헤어졌다. 회사 동료와도 이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회사 동료인 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준 친구 A에게 너무나 고맙다.


다다음주에는 회사 동료들과 캠핑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 약 5달 만에 다섯 명이서 함께 가는 첫 여행이다. 그 어느 여행보다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늘도 다짐한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면, 나부터가 좋은 사람이 되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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